by모토야 기자
2014.10.22 10:50:17
[이데일리=모토야] 지난 3월, 기자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베르아델 승마클럽에서 처음으로 BMW 2시리즈와 마주했다. 당시 만났었던 2시리즈의 데뷔 무대는 지금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달리는 말의 모습과 모래톱 위를 드리프트로 나아가는 2시리즈의 모습을 오버랩 시킨 무대 연출 덕분이었다. 더불어 디자인 또한 기억에 남았다.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기존 1시리즈 쿠페의 인상을 벗어 던진 새로운 얼굴 덕분이었다. 첫 만남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BMW 2시리즈를 만나본다.
220d M 스포츠의 익스테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면부다. 상술했듯, 기존 1시리즈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인상이다. 그렇지만 2시리즈의 스타일은 그러한 부분에서 좀 더 자유롭다고 볼 수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선과 면 구성이 시각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인상으로 보면 얼핏 80~90년대의 BMW 디자인이 문득 떠오를 정도다. 그 만큼 220d의 외모에서 보여지는 느낌은 안정적이고 딱히 모난 구석이 없어 보인다. 공격적인 모양새의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얼굴은 확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형상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1시리즈 쿠페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현행 1시리즈의 것과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220d의 인테리어는 몇몇 스포티한 터치가 가미되어 있다. M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파란색으로 악센트를 준 알루미늄 패널 등이 그것이다. 특히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220d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만족스런 부분이다. 컴팩트한 사이즈와 깔끔한 디자인, 굵직한 림에서 나오는 그립감이 일품이다.
220d M 스포츠에 준비된 M 스포츠 시트는 윗급인 428i M 스포츠 모델의 것과 같다. 사이드 볼스터의 조정 기능을 포함한 10-Way 전동 조절 기능과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또한 허벅다리 하단의 패드를 전후로 수동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M 스포츠 시트는 과격한 운전 환경에서 몸을 잡아주는 능력 모두 발군이다. 물론 일상에서의 운행에서도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 적당한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공간 면에서도 만족스럽다. 다소 높은 루프를 지닌 덕에 머리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낮게 깔린 앞좌석의 포지션 또한 이러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한다. 뒷좌석 또한 넉넉한 편이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쿠페로서는 인상적인 공간을 보인다. 세단에 가까운 형상의 루프는 뒷좌석에도 충분한 머리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가까운 4 시리즈와 확실히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트렁크의 용량 역시 쿠페로서는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220d M 스포츠의 직렬4기통 2.0리터 디젤엔진은 120d, 320d, 420d, 520d 등의 모델에 쓰이는 것과 같은 유닛이다. 최대출력은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8.8kg.m/1,750~2,750rpm이다. 여기에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220d M 스포츠는 디젤 엔진이 탑재된 소형 자동차로서는 무난한 정도의 정숙성을 보인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그다지 거슬리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회전 수를 2,500rpm 이상으로 올리기 시작하면 소음의 유입량이 체감될 정도로 커진다. 디젤 엔진 특유의 걸걸대는 음색 또한 또렷하게 들려온다. 승차감에 대해서 크게 나무랄 부분은 없다. 주행 모드를 Comfort나 Eco PRO 모드로 설정했을 때에는 일반적인 운행 환경에 알맞은 정도의 느낌을 준다. 요철을 타고 넘을 때의 느낌은 적당히 느슨하면서도 절도가 있는 편이다.
0-100km/h 도달 시간은 평균 7초 초중반대의 순발력을 보여준다. 100km/h는 3단에서 나오고 100km/h로 정속 운행 중일 때에는 2,000rpm 아래를 가리킨다. 저회전 토크가 강하기 때문에 초기의 가속감은 시원스러운 편이다. 또한 스포츠나 스포츠+ 모드에서 스텝트로닉 변속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스포츠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높은 회전 수에서 변속을 진행할 때, 다소간의 변속 충격이 들어온다. 더블클러치 변속기의 느낌을 흉내 낸 듯한 느낌이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로서는 만족스런 동력 전달능력과 반응이다.
그러나 고속으로 넘어가게 되면 초반의 정력적인 가속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이후부터는 인고의 시간이다.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엔진이 제 힘을 쓰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8단 자동변속기가 엔진의 힘을 끝까지 짜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 한계점은 그다지 높지 않다. 160km/h이후부터 제원 상의 최고속도인 230km/h에 도달하려면 보통 이상의 인내심은 물론, 담력 또한 필요하다. 작은 차체와 축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고속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너가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라면 220d M 스포츠는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스포츠나 스포츠+로 주행 모드를 변경하면 M 스포츠 섀시가 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차의 앞 부분이 즉각적이면서도 경쾌하게 움직여준다. 뒷 부분의 추종성도 좋은 편이다. 균형이 잘 잡힌 차체와 섀시는 민첩하게 코너를 해치워 나간다. 작은 차체를 가진 소형 스포츠 쿠페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직선주로에서의 고속질주보다 곡선주로에서의 운전이 더 즐거운 차다.
연비는 BMW가 주장하고 있는 Efficient Dynamics라는 슬로건에 잘 맞아 떨어진다. 공인연비는 도심 14.8km/h, 고속도로 20.1km/l, 복합 16.7km/l이다. 주행 모드를 ECO PRO 모드로 설정해 두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해 가며 온보드 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연비는 공인 연비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220d M 스포츠가 기록한 평균 연비는 도심구간 13km/l대, 고속도로 20km/l였다. 과격한 주행 상황 하에서도 연비가 10km/l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가격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문이 남는다. 220d M 스포츠의 가격은 VAT포함 5,190만원으로, 기반이 되는 1시리즈 해치백의 최고 등급 모델인 120d M 스포츠보다 430만원이 더 나간다. 상위 모델이라 할 수 있는 420d의 엔트리급 모델보다는 340만원이 낮은 가격이다. 성능이나 모델의 등급으로 봤을 때, 4,000만원 중후반 대의 가격이 적정하지 않을까 싶다.
BMW 220d M 스포츠는 여러가지 매력이 가득한 소형 쿠페다. 작은 차체에 일상에서 사용하기 모자람 없는 편의성, 경쾌하고 민첩한 주행성능, 그리고 알뜰한 연비까지 꾹꾹 눌러 담아냈다. 일상에서도, 일상에서 탈출했을 때에도 속이 꽉 찬 느낌을 안겨주는 자동차다. 효율과 다이내미즘을 함께 버무려낸 BMW 220d M 스포츠. BMW에게 남아 있는 과제는 5,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납득 시키냐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