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4.04.27 17:30:33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전혀 다른 기자회견 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과 세월호 참사 애도에 감사를 표하고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를 설명하는데 9분 10초를 사용했다. 이어진 오바마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를 거듭 표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나방향 등을 언급하는 데 5분 30초가 걸렸다.
그러나 질의응답 순서에선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한국 기자의 첫 질문을 받고 2분 2초 동안 답변했고, 이어진 두 미국 기자의 질문에는 3분 42초, 3분 4초 씩 답했다. 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합해도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 11분 13초 동안 답변했고, 두 미국 기자의 질문에는 각각 8분 20초, 9분 20초 동안 자신의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박 대통령은 준비된 모두발언을 통해 구체적인 회담 내용을 전달한 후 질의응답에는 핵심만 언급했다. 과거 다른 정상들과의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자세한 내용은 질의응답을 통해 공개했다.
두 정상의 스타일 중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은 준비된 핵심 메시지를 나열하기 때문에 말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 하지만 언론과의 소통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자들에게 예기치 않은 ‘기사거리’를 줄 수도 있다.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하고 지독하고 충격적’이라고 비난한 것은 준비된 답변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많다.
스타일이 다른 것은 정상들뿐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기자들의 질문도 확연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한국 기자 2명은 각각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 주제와 관련해 질문했다. 그러나 미국 기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한·미 관계와는 연관성이 작은 질문을 주로 하고 북핵 문제나 한·일 갈등에 대해선 덧붙이는 형식으로 물었다.
한국 기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이슈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기자들은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이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우리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