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태호 기자
2011.03.02 11:04:59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지난해 9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 주택시장과 건설산업 전망`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수도권 집값이 추가로 10~20% 하락할 것이란 암울한 내용이 골자였다.
그런데 당시 프레젠테이션에서 가격전망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미분양주택 통계 자체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크리스 박 무디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30여 페이지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실제 미분양은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페이지를 끼워넣고 ▲건설사 과소보고 ▲LH 미분양 1만여가구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매입 1만3000가구 ▲펀드·리츠 매입 9000가구 ▲통매각 등 다섯 종류의 누락 항목들을 소개했다.
요지는 이처럼 `구멍`이 많기 때문에 미분양 통계가 주택시장 전망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못 된다는 얘기였다.
국토해양부가 매월 발표하는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우리나라 주택공급 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매우 중요한 통계다.
그런데 신용평가회사조차 분석에 활용하지 못하는 통계라면 당장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잘못된 정책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토부 집계 미분양 주택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8만8706가구로 지난 2009년 3월 사상 최고치(16만5641가구) 대비 46%나 줄었지만, 건설업체 체감 경기는 그만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의 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83%가 여전히 향후 건설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분양 통계의 `구멍`인 미분양 매입 펀드·리츠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디스 세미나 이후인 지난해 4분기에 설정된 미분양주택 매입 펀드 설정금액만 7259억원에 이른다.
더구나 이들 펀드 전부가 사모부동산투자신탁 형태로 설정돼, 시장에서 구체적인 내용(매입 가구수 등)을 확인할 길마저 차단돼 있다.
이처럼 미분양 주택을 투자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이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국토부 통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장에 더 큰 오해와 부작용을 주기 전에 펀드의 미분양주택 매입 규모 등 보완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