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쌀 직불금

by이진우 기자
2008.10.15 14:53:37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공직자들의 쌀 직불금 부정수령 사건이 화두로 떠올랐다. 쌀 직불금을 둘러싼 논제들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쌀 직불금의 정식명칭은 '쌀소득 직불금'이다. 쌀농업 살리기 차원에서 논에 일정기간동안 물을 대놓고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 1ha당 70만원을 주는 '고정 직불금'과 쌀값이 목표가보다 떨어지면 그 차액의 85%를 지원하는 '변동 직불금'으로 구성된다.

매년 10월에 고정 직불금을 한 번 주고 수확기 쌀값을 보고 나서 이듬해 3월에 변동직불금을 한번 더 준다. 제도의 취지는 쌀시장 개방에 따른 쌀 농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이전에도 논의 기능을 유지하는(2개월 이상 물을 담아놓는 조건) 농지에게 면적당 얼마를 주는 '논농업 직불제'와 쌀값이 기준가격보다 내리면 차액의 80%를 보전해주는 '쌀소득보전직불제'가 각각 2001년,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었는데 2005년부터는 두 제도를 통합해서 '쌀소득 직불제'라는 이름으로 운영중이다. 이름만 조금 바뀌었을 뿐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해당 농지에서 쌀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준다. 문제는 도시에서 다른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직접 쌀농사를 짓기만 하면(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정해진 직불금을 준다.

원래 이 제도는 쌀시장 개방에 따라 소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였는데 이렇게 운영되다 보니 쌀 시장 개방 이후에 농지를 매입한 사람들에게도 지급되고 다른 직업을 통한 수입으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계층에게도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2006년에 지급된 쌀 직불금은 총 1조1531억원으로 이 돈을 약 100만명이 받아갔다. 1인당 약 100만원 가량이 지급된 셈이다. 특히 지급액의 상한선이 없어서 넓은 땅을 가진 부유한 농가가 더 많은 직불금을 받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로 5000만원 이상의 직불금을 받아간 농가는 44개, 그 중 1억원 이상을 받아간 농가는 8개였다. 넓은 땅을 가진 농민이 개방의 피해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쌀 시장 개방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농민들을 지원하는 당초의 취지로 보면 제도의 헛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사를 안짓고 직불금을 받을 수는 없다. 직불금은 농사를 직접 짓는 농민들에게만 지급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농사를 직접 짓는 경우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만 보면 '농지소유자=직접영농자'다.



문제는 다른 직업이 있더라도 주말 등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하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고 농지를 소유하고 농사를 지으면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단속이나 적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하고 직불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것은 현지의 농민들이지만 서류상으로는 외지인이 농사를 짓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포 용인 파주 포천 등 수도권 4개 지역 1752개 농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5%(면적기준)가 임차농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불금을 받기 위해 허위로 직불금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땅 주인이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실제로 현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이 신청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땅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게 된다. 그러면 현행법상 해당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이 내려지고 매년 땅값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래서 직불금을 꼭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영농사실을 위장하는 수단으로라도 직불금을 신청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농지법상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1만 제곱미터 이하의 상속받은 농지이거나 1000제곱미터 미만의 주말농장일 경우 정도만 가능하고 질병이나 군입대 등 법에 정해진 엄격한 제한사유에 따라 일시적으로 타인에게 임대하는 것 정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또 농지소재지 거주자는 8년이상 농지를 자경하면 양도소득세 면제혜택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임대를 해주면 자경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농지 처분시 6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실제 자경을 하지 않더라도 자경을 위장해서 양도세 혜택을 받는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농림부에서 현장 단속을 하긴 하지만 인력 등의 문제로 거의 단속이 이뤄지지 못한다. 마을이장이 '농지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로 해당 지주가 실제 영농을 하고 있다고 서명해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지주가 실제 영농을 하지 않는 것을 입증하려면 임차농의 증언이 필요한 데 땅을 빌려쓰는 임차농이 그런 증언을 하기 어렵고 문제가 될 경우 임차농의 생계수단이 사라진다. 이장 등을 포함한 이웃들도 이같은 임차농의 처지를 생각해 허위 영농 확인서에 서명을 해주는 게 현실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쌀 소득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부유한 농민이 지원받는 것을 막기 위해 쌀직불금 지급상한 면적을 정하고 농업 이외의 직업이 있는 경우는 해당 직업에서 약 35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나오는 경우 쌀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동안 직불금 신청은 신청인 주소지에서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농지 소재지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농지 소재지 밖에 거주하는 경우(예를 들면 서울 서초구 주민이 경기도 김포에 농지가 있는 경우)에는 농약이나 비료구매 근거나 쌀 수매기록 등을 제출해서 실제 영농사실을 입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으로 별도의 직업이 있으면서 쌀 직불금을 수령하거나 기업형 영농자들에게 직불금이 과다하게 지급되는 쌀 직불금의 누수현상은 다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농지의 수요는 도시인들에게 많은데 농지 소유를 농민들에게만 제한해 놓은 현행법이 유지되는 한 허위 영농신고서 관행은 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