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중장기 금리상승 대비 나선다"

by오상용 기자
2005.08.10 14:51:59

`정책금리 단기간내 인상 힘들 것`
중장기적으로 가계·中企 금리상승 충격 최소화 `모색`

[이데일리 김수연 오상용기자] 통화정책당국이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한·미간 금리역전 가능성과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름세를 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제 금리상승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물론 통화정책당국의 정책기조가 급작스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금융기관들은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존재하고 시장금리도 이 같은 전망에 수렴해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향후 금리상승이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여신에 가할 충격에 대비하는 한편, 자산운용상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책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경기.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비심리.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경제주체들이 입게될 충격.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인상이라는 칼을 뽑아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인상의 가능성과 자산시장 버블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의 점진적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상존한다.
 
특히 한·미간 금리 역전으로 국내 자본의 이탈을 경계하는 진영에선 정책금리를 조절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일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포스트 저금리(저금리가 끝난 이후) 시대의 도래`를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황 행장은 이날 오전 월례조회에서 "현재 우리는 저금리 상태에 익숙해져 있지만 우리 스스로 저금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본부 부서에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은행 전략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고위관계자도 "오는 11일 금융통화정책위원회가 콜금리를 당장 인상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다만 하반기중 적어도 한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고채금리는 4.4%까지 올랐다.

그는 "이미 지난 2분기부터 은행들은 금리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왔고 대출 운용 포트폴리오도 미세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을 동반하지 않은 시장금리 상승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다 쓴 가계와 중소기업에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여신기획 담당 관계자들은 "경제 주체들의 소득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가계와 중소기업, SOHO 부문 여신에서 일부 충격이 현실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시장금리연동 대출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말 48.0%에서 2002년 48.9%, 2003년말 54.9%, 2004년말 69.2%로 높아져 왔다.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높다는 것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내야 하는 가계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금감원은 "금감원은 2004년말 기준으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은행 가계대출에서 발생하는 추가 이자 부담액이 2조 5348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가계발 금융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금융연구원 김병윤 연구위원도 `가계대출 소비자 및 은행의 리스크관리 필요성 증대`라는 보고서에서 "시장금리에 연동한 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향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계와 은행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보여 가계와 은행 모두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시장금리 오름세가 완만하고 정책당국의 콜금리 인상폭이 이를 따라가는 수준이라면 그 충격이 우려할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오름세가 가파르다면 그 충격이 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면서 "그래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금리 상승세가 완만할 경우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신심사 단계에서 시장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고객을 선별해 대출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대출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니즈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고객들은 시장금리 연동 대출 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을 찾게 되고 변동금리 예금을 원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수요가 어느정도인지 파악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금 금리가 올라도 은행 예금으로 돌아오는 부동자금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시장금리 상승세라면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옮겨가는 자금의 흐름을 역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도 "예대마진 확대를 꾀하는 것 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적립식펀드 방카슈랑스 판매에 집중하며 수수료 확대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도 "은행의 예금이탈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각종 펀드 등 수익증권 등에 대한 투자가 보편화될 것"이라면서 "이제는 이를 받아들여 고객들의 수요에 앞서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권은 금리 상승세가 경영에 우호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채권금리인상으로 인한 평가손이 발생하겠지만, 신규 투자물량이 계속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평가손이 해소되기 때문에 저금리로 인한 자산운용의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담보 대출의 경우 정책금리가 다소 오르다라도 현재 연동 기준이 CD금리 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