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소액대출 연체율 40%… “포용금융 확대 한계 드러나”[only이데일리]

by최정훈 기자
2026.05.07 06:00:00

연체율 11.7%→39.4% 급등…연체잔액도 10배 넘게 증가
90일 이상 장기연체 비중 90%…상환불능 차주 누적 구조
재대출 비중 22%까지 확대…반복 이용되는 ‘정책대출 루프’
“금리 낮춰도 못 갚는다”…접근성 확대와 상환능력 간 괴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의 긴급자금을 대출해주는 ‘불법사금융 예방대출’의 연체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책서민금융 상품으로, 연체와 재대출이 동시에 늘면서 포용금융 확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이데일리가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11.7%에서 2024년 말 32.2%, 2025년 말 37.8%를 거쳐 올해 3월 말 39.4%까지 상승했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저소득층에 최대 100만원의 소액 자금을 공급해 불법사금융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상품이다.

연체잔액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2023년 말 109억원이던 연체잔액은 2024년 말 555억원, 2025년 말 1010억원을 거쳐 올해 3월 말 1121억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누적 대출잔액이 931억원에서 2845억원으로 약 3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부실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단순히 공급 확대의 결과가 아니라, 상환 실패가 누적되는 구조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이 상품을 포함한 정책서민금융 전반을 개편하며 금리 인하와 상환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기존 연 15.9%였던 금리를 12.5%로 낮추고, 취약계층은 9.9%까지 인하했다. 만기 전 완납시 납입 이자의 50%를 환급하는 상환축하금도 도입했다. 그러나 금리 부담 완화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상승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상환율은 2023년 말 88.3%에서 올해 3월 말 60.6%까지 떨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장기연체 비중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30일 이상 연체잔액 1121억원 중 90일 이상 연체잔액이 999억원에 달했다. 전체 연체의 약 90%가 장기연체로 이어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납입 지연이 아니라 상환 정상화가 어려운 차주가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대출 증가도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재대출 비중은 2024년 4.1%에서 2025년 17.0%, 올해 3월 22.4%로 급등했다. 최초 대출 이후 재대출까지 걸리는 기간도 374일에서 528일로 늘었다. 재대출까지 걸리는 기간이 늘어난 것은 일정 기간 상환을 유지하고 원금을 완납한 차주가 늘어난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재대출 비중 자체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대출 의존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한계도 드러낸다.



이 같은 흐름은 정책 설계와 실제 이용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불법사금융 예방대출은 긴급 소액자금 지원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소득 회복이 어려운 차주들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생활자금 의존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소득 자체가 불안정한 차주에게는 상환능력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며 “연체율 40%는 금리 문제가 아니라 현금흐름 문제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올해 3월 말 기준 20대 이하 연체율은 45.6%로 전체 평균보다 6%포인트 이상 높았고, 30대도 40.6%에 달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34.8%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연소득 2500만원 이하 차주가 전체의 약 87%를 차지하고, 직업별로도 일용직·무직·학생 등이 포함된 ‘기타’ 비중이 70%에 달하는 등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없는 차주에 대출이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정책서민금융 내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상환 취약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 정책과의 괴리를 드러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의무”라고 밝혔다. 금융위도 금융 접근성 확대와 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포용금융의 대표격인 이 대출상품에서 상환 부실이 빠르게 누적되며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포용금융의 역설’로 해석한다. 접근성을 높이면 더 많은 취약계층이 금융에 들어오지만, 동시에 상환능력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더 빌려주는 정책인데, 결과적으로 더 못 갚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접근성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민금융진흥원은 정책 취지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예방대출은 고금리 불법사금융 이용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와 상환 인센티브를 통해 차주의 부담을 줄이고 금융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체율은 차주 특성을 감안해야 하며, 금융교육과 채무조정 연계를 통해 관리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단순히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환능력 검증과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훈 의원은 “포용금융은 단순히 대출 문턱을 낮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정책자금이 실제 금융생활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연체 이후 채무조정·복지지원 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