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탄원서에도 파두 출국금지…대표 FMS 기조연설 무산
by김현아 기자
2024.08.05 11:52:19
탄원서 거부당해…파두 대표, 메타·WD 참석 연설 무산
파두 글로벌 사업 타격…주주 추가 피해 우려
금감원 "수사중인 사안, 언급 어려워"
[이데일리 김현아·송주오 기자]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440110)의 이지효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행사에서의 기조연설이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대표는 8월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행사인 ‘2024 FMS(Flash Memory Summit)’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이 출국금지 일시 해제를 거부하면서 출국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파두는 대체 연설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출국금지 조치는 파두가 상장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특사경이 수사 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특사경은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이 대표 등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수용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최소한의 경영 활동을 위해 미국에서 고객사를 만날 수 있도록 출국금지 조치를 일시적으로 해제해 달라’고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의 FMS 전시 참여와 기조연설이 결국 무산됐다.
이 대표는 6일(현지 시간) 메타(Meta)의 스토리지 엔지니어 로스 스텐포트(Ross Stenfort)와 웨스턴디지털 마케팅 부사장 에릭 스패넛(Eric Spanneut)과 함께 ‘AI 혁명을 이끌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이 연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Kioxia) 등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는 FMS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로, 이 대표는 AI 시대에 필요한 플래시 메모리 저장장치의 미래와 SSD 및 컨트롤러 기술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저전력 고효율 중심의 표준화를 제안할 계획이었다.
파두는 이번 FMS 행사에서 글로벌 고객들과의 다수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이 대표의 부재로 인한 글로벌 비즈니스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FMS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 CEO의 부재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파두처럼 작은 회사는 글로벌 무대에서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는 금감원에 글로벌 행사 참석을 위한 일시적 출국금지 해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와, 대기업보다 인력이 적은 파두의 처지, 그리고 파두 주주들의 추가 피해 우려에 대해 공식적으로 질의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국금지 조치가 파두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파두가 상장 이후 주주들에게 계속해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FMS 불참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두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파두가 SK하이닉스와 결별하고, 웨스턴디지털과 같은 미국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몇 명의 임원이 출국금지되더라도 대체 인력이 충분하지만, 파두는 그렇지 않다”며 “출국금지 조치로 인한 회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손실은 파두의 운명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으로 파두는 중요한 글로벌 무대에서 CEO의 부재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후속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