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소모임 홍보물 거부한 대학…인권위 “차별”

by이소현 기자
2023.06.27 12:00:00

재발방지 대책·차별인식 개선 교육 권고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학 내 성소수자 소모임 홍보물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게시를 허락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성적지향을 이유로 교육시설 이용에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소속 교직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대학교 학생들은 “성소수자 소모임 부원 모집 홍보물 게시 승인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이 다른 소모임과 달리 예민한 사항이라며 승인을 보류하는 등 게시 승인을 하지 않은 것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A대학교 측은 “성소수자임을 이유로 게시를 불허한 것이 아니라 소모임 홍보물의 익명 게시, 지도교수의 관리·감독 미비 등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대학교 측이 다른 소모임과 달리 성소수자 소모임의 홍보물 게시 승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불리한 대우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대학교 측이 작년 게시를 승인한 소모임 홍보물 5건 중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아 게시된 건은 1건에 불과하고, 승인된 소모임 홍보물 중 1건은 개인정보 기재 없이도 승인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A대학교 측이 “대학 내 학생단체를 이용하거나 카카오톡 익명 채팅을 이용한 범죄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실명이 확인되는 홍보물의 게시만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대학교의 게시판 관리 지침은 게시물 승인 요청 시 관련 대장에 소속과 이름,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은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고, 홍보물의 개인정보 기재 여부와 모집에 응하는 자의 익명 접근은 관계가 없다고 봤다.

특히 A대학교 측이 “교내 성소수자 활동 관련 민원이 제기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인권위는 소모임의 특수성과 성소수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홍보물 게시와 관련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A대학교 측 요구대로 소모임 홍보물에 개인정보를 기재한다면 진정인들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의사에 반하는 ‘아우팅(outing)’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인권위는 “A대학교 측이 성소수자 소모임 홍보물 게시 승인 요청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인권위법에 명시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