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 인하에 고개 가로젓는 이유…"재정악화·감세효과 미미"

by이명철 기자
2020.04.12 20:04:11

지난해 예산대비 7조 결손…올해도 세수감소 불가피
각종 세제 혜택 시행 중…5년간 1조5천억 감소 예상
“대기업들도 혜택 받아…상황 지켜보며 대책 검토”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세수는 줄고 지출은 늘고 있어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금까지 낮추면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피해 업종별로 대책을 추진 중인 만큼 추가 감세를 단행하기보다 감면조치 등 맞춤형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4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는 72조1743억원으로 전년대비 1.7%(1조2369억원)늘었지만 지난해 예산에 비해 7조758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힌 것이다. 그나마 법인세 일부 인상을 통해 결손액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법인세에 대해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일부 법인세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는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아 법인세 감소가 예상된 수순이다.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세전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50.8%, 88.6% 급감하는 등 상위 50대 기업의 세전순이익은 1년새 12.1% 감소했다.

이미 정부는 올해 법인세 예산을 지난해 결산보다 7조8000억원 가량 줄어든 64조3000억원으로 잡은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더딜 경우 추가 결손도 불가피하다. 지금 세수 상황을 볼 때 법인세를 낮출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규모 감세 정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감세가)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필요한 분이 필요한 세금 경감을 받을 수 있게 맞춤형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지금처럼 타격이 큰 업종이나 지역, 계층 중심의 세제 지원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부는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해 총 150조원 규모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특별재난지역 중소기업에 최대 2억원의 과세 특례, 피해 업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나 고정비인 사용료, 임대료 등의 감면 등을 포함했다.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한도도 0.03~0.3%에서 0.06~0.35%로 최고 두배 높였다.

코로나19와 별개로 일본 수출 규제 등에 대응한 세제 혜택도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 시 대·중견·중소기업별 세액 공제율을 1·3·7%에서 2·5·10%로 상향했다.

각종 감면 혜택으로 인해 앞으로 법인세 수입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으로 5년간(2020~2024년) 법인세 감소 효과는 1조4778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접대비 한도 상향(7108억원)과 생산시설 세액 공제 확대(5797억원) 등을 반영한 수치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업종별 지원을 하고 있고 세액 공제 등은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혜택을 적용 받는 부분이 있다”며 “당장 법인세 인하보다는 경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