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철저한 검증 필요한 '한국형 테슬라'

by신상건 기자
2017.03.01 13:46:18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한국형 테슬라 육성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르면 오는 7월쯤 ‘상장 1호’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유명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다. 테슬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기업이었다. 테슬라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미국 나스닥에 기술특례 상장되며 많은 투자를 받게 됐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형 테슬라는 테슬라처럼 뛰어난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없어 성장을 못하는 기업에 주식 상장을 통한 인지도 제고 효과와 자금 조달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적자기업이라도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매출액 300억원 이상 △평균 매출 증가 20% 이상의 요건을 갖추거나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공모후 주가순자산비율(PBR) 200% 이상이면 테슬라 요건을 적용받아 상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벤처·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2013년에 출범한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나 지난해 11월부터 운영 중인 스타트업 전용 거래 플랫폼인 KSM(KRX Startup Market)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기업까지 증시 문을 개방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지난 1월 코넥스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9억원으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여전히 많은 수의 코넥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SM 역시 개점휴업과 마찬가지인 상태다.



한국형 테슬라의 이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특례 상장 기업들을 보면 신통치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기술 특례 제도는 기술력은 있지만 매출 성과가 미미한 성과를 가진 기업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2005년에 도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 특례로 올해 초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39개 중 지난 24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21개로 절반을 넘었다.

“적자 기업은 증시에 입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고 무조건 선을 긋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하지만 상장 후 그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앉아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