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1.11.11 14:53:52
떨어진 부채상환능력..저소득층·자영업자 더 악화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나..내수 타격 불가피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로 인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가계빚도 문제지만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경제의 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는 아직 크지 않지만, 가계빚과 이자부담으로 소비여력이 줄어 실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걱정은 높아지고 있다.
11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5205만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비 12.7% 증가한 수준이다.
자산도 늘었지만 부채 증가율에 못 미쳐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은 17.5%로 전년비 0.8%포인트 높아졌다.
3월 이후에도 가계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말까지만 해도 602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8월 627조원으로 25조원 가량 증가했다.
한은이 따로 먼저 발표하는 은행들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전월대비 3조2000억원 급증해 지난 6월 이후 4개월만에 최대폭으로 늘었다. 감독당국이 지난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8월 신규 대출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가계빚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가계빚 절대규모가 늘어난 것보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악화됐다는 점이 더 문제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중이 109.6%로 전년비 6.3%포인트 늘었다. 돈 벌어서 빚 갚을 능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이 걱정거리다. 소득별로 5단계로 나눴을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는 1445만원으로 전년비 230만원 가량 늘었고 부채보유가구 비율도 전년 29.1%에서 32.8%로 증가했다. 이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201.7%에 달한다. 전년비 58.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성상 사업자금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를 1.59배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1.45배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부채의 질도 악화됐다. 은행으로터 받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비중은 전년비 각각 2.1%포인트, 3.7%포인트 감소한 반면 금리가 은행보다 높은 비은행금융기관,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대출비중은 높아졌다. 특히 대부업체 신용대출 비중이 2.2%로 전년비 1.6%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이면서 실제 등급상향으로 이어지려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선 빚에 허덕이는 개인들이 파산할 경우 금융 시스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고소득층인 4~5분위가 부채의 69.1%를 보유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소득 하위 계층은 경제기반이 취약한 만큼 경기가 더 둔화되면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아울러 상환부담과 이자부담이 늘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수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3월말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18.3%로 2.2%포인트 높아졌다. 소득에 비해 상환액이 많았다는 의미로 그만큼 소비할 돈은 줄었다는 것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인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한다면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