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병맥주는 싫지만 짭짤한 오징어는 좋아요”

by조선일보 기자
2007.12.27 17:29:00

''맥주 애호가'' 앤디 새먼씨가 말하는 한국 맥주

[조선일보 제공] 맥주 애호가인 앤디 새먼(Andy Salmon·41)씨는 한국의 맥주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다. 런던 타임스(London Times)와 워싱턴 타임스(Washington Times) 통신원이자 국내 영자신문에 레스토랑 칼럼을 매주 기고하는 새먼씨는 “한국에 살아온 지난 10년 동안 맥주 맛이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고 ‘까칠하게’ 말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그를 “고향 영국의 펍(pub)과 가장 비슷하다”는 서울 이태원 세골목집(Three Alley Pub·‘쓰리 앨리 펍’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에서 만났다.


“한국 병맥주가 특히 그래요. 무미(tasteless)하고 밋밋(flat)해요. 10년 전에는 그래도 나았는데, 요즘은 쌀을 섞는다 뭐다 해서 맛이 더욱 약해지고 있어요.”


“좋은 맥주는 깨끗(clean)하면서도 맛이 진해야 합니다. 신맛(tart)과 단맛(sweet), 쓴맛(bitter)이 조화를 이뤄야 하죠.”



“저도 그렇다고 봐요. 소주만 봐도 도수는 높지만 달착지근하고 밋밋하죠. 게다가 도수는 점점 떨어지고요. 한국음식이 맵고 짜고 자극적이다 보니, 술은 밋밋한 걸 찾나 봐요.”



“생맥주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맛을 제대로 내려는 배려와 관심이 부족합니다. 생맥주는 맥주통(keg)과 파이프를 자주 청소 해줘야 합니다. 최소 두 달에 한 번? 그런데 한국 생맥주 집에서는 맥주통과 파이프를 자주 닦지 않아요. 이건 들은 얘기라 정확치는 않은데, 한 맥주회사에서 고용한 관리인력이 서울 1개 구(區)당 한 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맥주통과 파이프를 청소한다고 합니다. 자주 닦아주지 않으면 맥주에서 유황(sulfur) 냄새가 납니다.

▲ 앤디 새먼씨가‘세골목집’에서만 파는 캐나다 맥주‘앨리 캣’을 들어보였다. 바 뒤에서 맥주를 따르는 사람은이집사장 앨버트 라이언씨.


“월드컵을 앞두고 하우스맥주가 엄청나게 생겨났죠. 요즘은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하게 ‘맛이 없어서’라고 봅니다. 외국에선 몇 년씩 공부하고 경력을 쌓은 ‘브루마스터’가 맥주를 만들어요. 한국에선 가게 오픈할 때 외국 브루마스터가 잠깐 와 있다가 떠나고, 잠깐 배운 사람이 맥주를 만들다 보니 술맛이 유지가 안돼요. 가격은 꽤 비싸죠. 또 맥주 종류가 다 똑같아요. 독일·체코식 맥주뿐이죠. 세계에 맥주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럼요. 하지만 크게는 영국, 독일·체코, 벨기에 스타일로 나눌 수 있어요. 특징은 다르지만 모두 풍미가 진하다는 공통점을 가졌죠. 저는 벨기에에서 만드는 ‘로덴바흐 그랑 크뤼(Rodenback Grand Cru)’란 맥주를 가장 좋아해요.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놀랄 만큼 강해요.

두 번째로는 런던에서 만드는 ‘영스 초콜릿(Young’s Chocolate)’이란 맥주입니다. 진하고 묵직해요. 맥주를 양조하는 과정에 진짜 초콜릿을 집어넣어서 만들어요. 그래서 달착지근하면서 초콜릿 향이 기가 막힙니다. 전형적인 ‘윈터 비어(winter beer)’입니다. 영국에선 겨울철 몸을 뜨뜻하게 데우려고 마시는 맥주를 ‘윈터 비어’라고 불러요. 차갑지 않고 미지근하게 마시죠.





“병맥주 중에서는 ‘맥스’가 가장 나은 것 같아요. 맥주 맛과 향이 그래도 살아있어요. 한국 최고의 맥주집은 북한 평양에 있어요. 평양 고려호텔과 대동강호텔에서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괜찮은 에일(ale·맥주의 한 종류)을 내놓더라구요.”


“이 집(세골목집)이 가장 좋아요. 병맥주는 30종류가 넘고, 생맥주는 9가지를 갖췄어요. 서울에선 비교적 다양한 것 같아요. 맥주 맛이 살도록 신경도 제대로 써 주고요. 음식도 괜찮아요. 주말이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꼭 와서 맥주를 마시며 점심을 먹습니다.”



“안주를 곁들여 술을 마시는 건 아주 좋은 습관이죠. 한국 안주 중에서는 마른오징어나 김, 미역을 좋아해요. 짭짤해서 술을 부르는 안주들이죠. 술을 더 맛있게 더 많이 마시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안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봅니다.”






영국 펍 분위기. 기네스, 에딩거, 호가든 등 외국 병맥주와 생맥주가 다양하다. 앨리 캣(Alley Cat)처럼 여기서만 파는 맥주도 꽤 있다. 스테이크, 샌드위치 등 음식도 좋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뒷골목. (02)749-3336 www.3alleypub.com



하우스맥주집. 체코, 영국, 벨기에, 미국, 아일랜드 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어 판다. 모든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가 있다. 본점(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씨네시티 골목 안) (02)561-0035, 강남역점 (02)2092-0022



병맥주를 다양하게 갖췄다. 최근에는 직접 양조한 맥주를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전국에 수십 여 곳의 직영·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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