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통신방송)개통은 됐으나 유통되지 않는...

by전설리 기자
2005.12.08 14:06:37

이통사 유통참여 `아이디어 짜내고 또 짜내도`
진 정통 "1월 유통"..이통사-방송사 "희망사항"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지금 한국의 통신시장엔 하나의 유령이 떠 다니고 있다. 서비스는 개통 됐으나 단말기는 유통되지 않는...바로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용 휴대폰을 일컫는 말이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휴대폰에 카메라가 탑재된다고 해서 이통사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받습니까? 지상파DMB 기능이 있다고 해서 이통사들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이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공익적인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담합을 해 다 함께 (지상파DMB폰) 유통을 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법조항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지상파DMB폰을 개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통사 관계자: 지상파DMB폰 유통은 기업논리에 위배됩니다. 지상파DMB폰을 유통할 경우 데이터 매출은 줄어들고 오히려 유통 비용만 발생하는데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기업으로서 나설 수 없는 입장인거죠. 이 점에 대해서는 방송사도 섭섭하지만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방송사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비용을 보전할 만한 수익모델이 없습니다.

담합이라니요? 황당합니다. 다른 이통사와 만나서 의견 조율한 것도 없는데..이해관계가 같아 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담합입니까?


방송사 관계자: 1월부터 단말기 유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은 `희망사항`이십니다. 현재 방송사가 이통사와 개별적으로 협의을 진행중입니다. 협의를 진행할수록 이통사의 입장이 곤란한 것도 알겠고, 드릴 돈도 없으니 양측 모두 협의 내용이 막연하고 의사결정도 쉽지 않습니다. 연말 단말기 유통을 목표로 매일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상파DMB 방송 개국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지상파DMB폰은 찾아볼 수 없다. SK텔레콤(017670)과 KTF(032390), LG텔레콤(032640) 이통 3사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유통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DMB를 차세대 서비스로 내세워온 정보통신부는 이통사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주일전 지상파DMB 개국 당시 정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상파DMB폰 유통을 위해 방송사와 이통사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금년중에는 유통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방송사들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이통사들은 한결같이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현재 방송사와 이통사는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정답은 방송 유료화였다. 그러나 보편적서비스로, 무료 원칙을 기반으로 시작한 지금 이 방안은 물건너갔다.

그동안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주식정보, 간추린 뉴스 등의 부가서비스 유료화 ▲방송 편성표와 프로그램 소개를 제공하는 `ETG(Electronic Program Guide)` 등이다.

그러나 부가서비스의 유료화로는 비용을 보전할 수 없다는 게 이통사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BS와 LG텔레콤이 데이터 방송 제휴를 맺었으나 어떤 컨텐츠를 실어서 돈을 받을지 1년째 고민중"이라며 데이터 방송의 유료화 모델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ETG는 더욱 그렇다. 편성표나 방송 프로그램 소개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공짜로 제공된다. 이를 유료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통사 관계자는 말했다.

방송사가 이통사에게 광고수익을 나눠주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이는 방송사측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아 광고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처럼 이통사와 방송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일 진 장관이 "담합"과 "처벌"이란 용어를 동원하며 이통사를 압박했다.

정통부는 정보통신(IT) 산업 활성화 정책이자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발, 상용화한 지상파 DMB가 거대 통신기업들의 지나친 이기주의에 발목 잡히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통사들은 애국을 선택할 것이냐, 기업 본연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할 것인가 기로에 섰다. 그러나 정통부보다 지상파DMB폰 유통을 간절히 바라는 방송사도 정통부의 강압적인 개입을 원하지 않는 듯 하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DMB폰 유통 관련 이통사와 방송사의 협의는 주고받는 비지니스 관계"라며 "규제 감독 당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