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GE, 동유럽 소매금융시장서 `격돌`

by하정민 기자
2004.08.24 14:22:47

GE소비자금융, 동유럽 시장 진출
씨티 맞불작전으로 헝가리 격전지

[edaily 하정민기자] 굴뚝업체의 대명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전세계 소매금융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E는 이머징마켓, 특히 동유럽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공교롭게도 동유럽은 세계 1위 은행 씨티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씨티역시 선진국 위주의 영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동유럽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지역에서 GE와 씨티그룹 간 대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E "소매금융 사업에 승부를 건다" GE는 최근 한국, 러시아 등 주요 이머징마켓 국가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현대캐피탈과 자본제휴를 맺었으며 러시아 비자카드 발행회사인 델타뱅크를 1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터키,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기타 국가에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GE는 이달 초 미국 내 6위 카드업체인 딜라드내셔널뱅크를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전 세계 40개국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GE소비자금융의 데이빗 닐슨 최고경영자(CEO)는 "10여년 전 GE소비자금융의 직원은 단 두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GE그룹 전체의 3대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작년 GE그룹의 실적을 보면 닐슨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GE의 전체 이익 150억달러 중 무려 21억6000만달러가 GE소비자금융으로부터 나왔다. 에너지, 기업금융과 함께 명실상부한 GE의 삼대 사업이 된 것이다. 닐슨 CEO는 소매금융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체코, 헝가리가 확장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3~5년 안에 이 지역 자산을 현재 60억달러에서 배 이상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선진국 시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닐슨은 "미국과 영국에는 수많은 은행들이 있고 강력한 경쟁자도 많다"며 동유럽 시장 진출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씨티-GE 본격 경쟁..헝가리가 최고 격전지 씨티그룹역시 동유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씨티는 지난 2000년 폴란드 최대은행인 핸드로이은행을 인수한 후 다른 국가로 손을 뻗었다. 씨티는 향후 2년간 헝가리에서 각각 10개의 지점과 세일즈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그 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체코 등에도 지점 추가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 씨티그룹 동유럽 소매금융부문 사장 아티프 바즈와는 "동유럽 모든 국가에서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선 이 목표에 부합하는 국가가 폴란드밖에 없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유럽 국가 중 헝가리가 두 거인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헝가리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3.8%로 전망될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게다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개인/기업대출 규모가 40%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출시장 규모가 GDP의 15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최소 3~4배의 성장이 기대되는 셈이다. 아직까지 헝가리에서는 씨티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헝가리 내 씨티와 GE의 순위는 각각 7위, 10위다. 그러나 GE가 헝가리 포스타뱅크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런던소재 투자은행인 폭스핏켈튼의 가스 리더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동유럽 은행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서구 은행들은 시장점유율을 늘릴 결정적 호기를 맞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헝가리 3대 은행 중 하나인 MKB, 코메르츠방크의 자회사 폴란드 BRE은행 등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동유럽 금융산업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