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공포에 비트코인 급락까지…뉴욕 3대지수 일제히 하락[월스트리트in]

by김윤지 기자
2025.12.02 07:08:40

日금리 인상 예고에…‘엔캐리’ 공포 확산
中인민은행 경고에 비트코인 6% 넘게 급락
엔비디아, 시놉시스 투자 발표…1% 넘게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일본은행(BOJ)이 이달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스테이블코인을 불법이라고 재확인한 점도 가상자산 가격 급락으로 이어져 주식 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사진=AFP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90% 내린 4만7289.33에 마감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3% 밀린 6812.63에 마무리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38% 내린 2만3275.9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가즈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공개행사에서 “내외 경제·물가 정세와 금융·자본시장의 동향을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를 토대로 점검·논의하고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시장은 사실상 이를 금리 인상 ‘예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1월 0.25%에서 0.5%로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이후 올해 10월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로 금리가 높은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본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를 빌려 투자한 사람들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환에 나서는데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한다. 지난해 여름 ‘블랙 먼데이’ 당시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국채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는 등 채권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5.1bp(1bp=0.01%포인트) 오른 4.090%에 거래됐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는 4.1bp 오른 3.532%에 거래됐다.



가상자산 가격도 이날 크게 내렸다. 대표적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6% 이상 급락하며 8만 60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말 9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계속해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민은행이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사기와 자금 세탁, 불법적인 국경 간 자본 흐름의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불법 금융 활동”이라고 규정한 탓이다. 이에 코인베이스가 4%대, 스트래테지가 3%대 등 가상자산 관련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이날 일부 인공지능(AI) 수혜주들의 경우 차익 실현 움직임이 포착됐다. 브로드컴이 4% 넘게 떨어졌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1% 넘게 하락했다.

반면 엔비디아의 20억 달러 규모 투자 발표에 힘입어 시놉시스 주가는 4% 넘게 급등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총 20억달러 규모의 시놉시스 보통주를 주당 414.79달러에 매입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종가 대비 약 0.8% 할인된 가격이다. 엔비디아가 인수한 지분 규모는 시놉시스 발행 주식의 2.6% 수준이다. 엔비디아 주가도 1.65% 상승 마감했다.



이외에도 애플(1.52%), 아마존(0.28%)이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1.07%), 알파벳(-1.65%), 메타(-1.09%), 테슬라(-0.01%)는 하락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강한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등 연말 쇼핑 시즌 본격화로 홈디포(0.11%)와 월마트(0.92%) 등 소매업종 일부 종목이 소폭 상승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주가는 각각 1% 넘게 하락했다.

이날은 미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발표됐다. S&P 제조업 PMI는 52.2로 시장 예상치 51.9를 소폭 상회했으나 ISM 제조업 PMI는 48.2로 시장 예상치 48.6을 하회해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지난달까지 9개월째 위축 국면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첫날부터 변동성 장세를 보여줬으나 계절성이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정보업체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낙에 따르면 S&P 500은 1950년 이후 평균적으로 12월에 1% 이상 상승해, 연중 세 번째로 좋은 달로 기록되고 있다.

자산관리회사인 블랭크 샤인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로버트 샤인은 CNBC에 “지금 주식시장은 소화 과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연준이 다음 주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식시장 환경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석유 인프라 공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 압박 강화 등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32% 오른 배럴당 59.32달러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미국 달러화 값은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해 전 거래일 대비 0.05 내린 99.41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