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첫 단추, 1.3만개 단기 일자리로 채운 환경부
by최정훈 기자
2020.06.03 10:00:00
환경부, 그린뉴딜 사업 중심 6951억원 3차 추경 편성
일자리 1.7만개 만들 계획이지만 1.3만개 단기 일자리
그린뉴딜의 방향성 설정도 미흡…“본 예산 편성 시 보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친환경 산업과 기술을 육성하는 그린뉴딜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첫 단추를 채운다. 그러나 그린뉴딜을 주도해야 할 환경부가 1만 3000여개의 단기 일자리와 대규모 융자 사업으로 추경안을 마련해 아쉬움이 남고 있다.
| 2020년 제3회 추경예산안 환경부 증액 내역(단위:억원)(자료=환경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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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020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으로 6951억원을 증액 편성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시대 대비를 위해 마련됐다. 5867억원을 저탄소 구조 전환과 녹색산업 혁신 등 그린 뉴딜 사업에 투자한다. 디지털 뉴딜에 171억원을 투입하고 직접 일자리 창출에는 624억원, 기타사업에 289억원을 증액했다.
환경부는 이번 추경이 기후·환경 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반기에만 약 1만 7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부가 그린뉴딜을 추진한다며 만드는 일자리 대부분이 단기 일자리라는 점이다. 먼저 환경부는 직접 일자리를 1만 2985개를 만들 계획인데 이 중 1만 843명은 재활용품 품질개선 지원하는 일자리다. 코로나19로 최근 플라스틱이나 종이상자 등의 사용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구분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 744명을 채용하는 야생동식물보호·관리 일자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멧돼지를 감시하는 일을 한다.
친환경 산업 지원에 이번 추경의 절반가량인 3300억원이 투입되지만 이로 인해 늘어나는 양질의 일자리는 44000여 개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에 융자 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주대영 환경부 정책기획관은 “코로나19 대응에 급하게 투입하기 위한 추경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할 융자 지원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질 것이라 예상하지만 정확한 증가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전기 화물차와 전기 이륜차 보급을 2배 규모로 확대한다. 경유 화물차는 전체 자동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53.4%를 차지하고, 이륜차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이번 사업으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배달 대행업자 등 취약계층 생계 지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친환경에너지인 수열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대상으로 하천수를 활용한 수열 공급·에너지 절감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정수장, 하수처리장 등 전국 약 5200개의 환경기초시설을 대상으로하는 재생에너지 설치 사업도 확대한다.
아울러 녹색산업 시장의 분야별 지역 거점단지를 조성에도 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 각 거점단지는 연구개발, 실증 시험공간, 사업화 지원시설 등을 갖추게 되고 지역 인프라와 연계해 녹색산업 육성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녹색기업의 창업 지원도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기업들을 선정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그린뉴딜을 주도해야할 환경부의 이번 추경에서 저탄소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책 방향이 불명확하다는 사실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주 정책기획관은 “코로나19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린뉴딜에 담기 위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고민을 했고 수열 에너지 사업을 담았다”며 “내년도 본 예산를 대비한 추후 기회에 명확한 그린뉴딜을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번 추경에는 그린뉴딜 전략 중 경제 회복 성과 창출이 가능한 단기과제 중심으로 담았다”며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면 집행 단계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 준비를 철저히 함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