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타결에..남은 기아·GM·르노도 ‘촉각’(종합)

by박민 기자
2023.09.19 10:50:46

현대차, 5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18일 조합원 찬반투표서 58.8% ‘찬성’
현대모비스도 3개월 만에 교섭 매듭
“기아, GM, 르노 임단협에 긍정적 영향”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맏형’ 격인 현대차가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완전히 마무리하면서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기아와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등의 임단협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사측과 노조가 입장차를 보이며 강대강 상태이지만 파업에 따른 대외 부정적인 여론과 하반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파업보다 실리를 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현대차 노조)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인 18일 전체 조합원 4만4643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자 3만 8603명 중 2만 2703명(58.81%)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사는 20일 올해 임단협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이날 통과한 합의안은 기본급 11만 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을 담고 있다. 기본급 인상 규모가 11만원을 넘은 것은 현대차 교섭 역사상 처음이다.

이와 별로도 기술직(생산직) 800명 신규 추가 채용, 출산·육아 지원 확대, 완성차 알루미늄 보디 확대 적용, 소품종 고급 차량 생산공장 건설 추진 등에도 합의했다.

이번 가결로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됐다. 노조는 올해 7월 12일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오전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 각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으나, 이는 올해 임단협과는 무관했다.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노조에 소속돼 있는 현대모비스 노조(모비스위원회)도 같은 날 진행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전체 투표자 1297명(전체 조합원의 95.7%) 가운데 800명(61.7%)이 찬성표를 던지며 약 3개월 만에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앞서 노사는 지난 13일 교섭에서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금 400%+1050만원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가 아직 노사간 입장차를 보이며 교섭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기아와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기아는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교섭을 마무리하는 관례가 이어졌던 만큼 속도감 있는 협의가 예상되고, 특히 독자적으로 파업에 나설 경우 부정적 여론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만큼 실리를 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지난 14일 노사간 본교섭 결렬된 이후 이렇다할 만남이 없는 상태이고, 특히 내달 1일부로 올해 단체교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생산특근 협의를 중단하겠다며 ‘배수의 진’까지 쳤던만큼 앞으로 진행될 실무회의에서 보다 양측이 양보하며 속도감 있는 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신규인원 확충, 만 64세까지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던 GM한국사업장노조도 다음달 추가 협상을 통해 2차 합의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GM한국사업장 노조도 지난 12~13일 조합원 대상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임금인상폭’과 성과급 부족에 과반이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이날 조합원을 상대로 임단협 관련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시행한다. 앞서 지난 7월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된 이후 두 달여간 협상을 이어간 끝에 지난 15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라면 파업보다는 최대한 합의쪽으로 흘러갈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