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알박기?‥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촉각
by안승찬 기자
2012.04.16 15:19:46
(종합)자사주 매입 에버랜드, CJ 등에 매각 의사 타진
삼성과 불편한 CJ, 소송전 유불리 따져 결정할 듯
한솔 "지분 안 판다" 결정..신세계·장학재단 검토 예정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CJ가 쥐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35%의 처리 방향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과 불편한 관계인 CJ(001040)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다시 삼성에 매각할지, 아니면 껄끄러운 소수 주주로 남을 것인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지분 매각 결정은 앞으로 두 회사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CJ, 신세계, 한솔, 한국장학재단 등 소액 주주들에게 지분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같은 비상장사도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카드(029780)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3.64%(9만1053주) 매입을 추진하면서,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나머지 기타 주주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참에 나머지 삼성에버랜드 주주들의 지분도 매입했으면 하는 속내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의 주주 구성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소액주주들이 많으면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상당기간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도 없다.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 등 오너 일가(46.04%), 삼성카드(8.64%),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13%), KCC(17%), 한국장학재단(4.25%), CJ(2.35%), 한솔케미칼(014680)(0.5%), 한솔제지(0.27%), 신세계(0.08%)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너 일가와 삼성 계열사, 그리고 최근 삼성카드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KCC는 굳이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CJ와 한국장학재단, 한솔, 신세계 등 나머지 주주들이다.
특히 2.24%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CJ가 최대 관심사다. CJ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비핵심자산은 매각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지분 매각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과 CJ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 상태다. 이재현 CJ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씨는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후 CJ는 삼성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CJ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소송전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고, 삼성은 그게 불편할 것"이라면서 "알박기 성격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라고 관전평을 내놨다.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솔그룹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장녀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큰누나다.
한솔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삼성에버랜드 측에도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솔그룹이 한때 삼성에버랜드 보유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려고 했던 것은 맞지만, 이번에 삼성에버랜드에 팔지 않는다는 것이 그룹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도 매각을 고민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한 문의가 아직 없었다"면서 "매각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보유 지분 매각에 실패한 한국장학재단도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 수 있다. 다만 장학재단은 가격이 문제다. 장학재단 측은 삼성카드가 KCC에 넘겼던 삼성에버랜드 주당 182만원에 대해 "그 가격이면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