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M&A 무산 가능성 있나

by하수정 기자
2009.12.02 13:45:56

우선협상자 자금조달 의문+옵션 행사연장 요청..결렬 우려 확산
FI "연말까지 지켜보자"..매각 성사 가능성 무게

[이데일리 하수정 좌동욱기자] 대우건설(047040) 매각 무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두 곳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이 나온 데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 들에게 풋백옵션 행사 시기를 연장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금호그룹측은 이달 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성사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금융권에서는 일단 매각 성사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 설명회`를 열고 오는 15일부터 시작될 풋백옵션 행사시점을 연장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연장 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일단 연말까지 대우건설 매각 상황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풋백옵션은 지난 2006년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 경우 되사주기로 한 계약으로, FI들은 오는 15일부터 한 달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금호그룹은 옵션 행사가 시작되는 오는 15일 이전에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보고, 우선 시간을 벌기 위해 FI들에게 풋백옵션 행사 연장을 요청한 것이다.

FI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FI들은 어차피 옵션 행사 가능 시한이 내년 1월 15일까지이기 때문에, 대우건설 매각이 연내 성사만 되면 보름 정도 기다렸다 행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1~2개월 행사시일을 늦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호측의 연장요청에 동의하지 않거나, 아예 3년 정도 장기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 연장시에는 기존과 같이 연 9% 수익률이 어렵다면 국채 수익률에 알파(α)를 더한 수준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FI 관계자는 "금호가 대우건설 매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채로 풋백옵션 행사일을 맞는다면 주식을 사줘야하는 금호산업(002990)이 자본잠식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파산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FI 지분은 대규모 감자가 불가피하고 후순위 무담보 채권으로 전락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호측이 풋백옵션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FI별로 의사결정을 해야하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FI들에게 이달 안에는 대우건설 매각을 끝내겠다고 자신했다.

오는 4일께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즈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에 대한 검증을 끝내고 단독 후보와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연말까지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매각 결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풋백옵션 행사 연장을 요청하고 컨텐전시 플랜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금호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현재 딜은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딜이 지연될 가능성과 무산될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대책은 어느 딜이라도 마련해야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인 자베즈와 TR컨소시엄은 국내 금융권에서 인수자금 절반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중동계 자금 유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면서 자금 조달 능력에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FI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자금 조달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호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진정성 있는 투자자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금호가 연말까지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