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전격 교체..SC제일은행에 무슨 일이?
by김수미 기자
2007.10.10 15:18:14
실적 부진 + 노조갈등 장기화 책임 물은 듯
차기 행장도 외국인..노조와 갈등 지속될 듯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존 필 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이 임기를 5개월가량 남겨 두고 전격 경질됐다. 후임으론 데이비드 에드워즈 기업금융 COO가 선임됐다.
필 메리디스 행장이 지난 2005년 4월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B)의 제일은행 인수와 통합작업을 처음부터 모두 지켜본 `원년멤버`란 점에서 경질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통합 이후 SC제일은행의 영업 실적이 영 신통치 않았고, 최근에는 노조와의 갈등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통합 이후 실적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당기순이익이 1545억원에 그쳐 자산규모가 더 작은 한국씨티은행(324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업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원화대출금은 2005년말 34조2000억원에서 지난해말 31조8000억원, 올 상반기말 29조6000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줄고 있다. 자산규모 역시 2005년말 57조4000억원에서 올 상반기말에는 56조2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노조가 사측의 경영전략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양측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장장환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7월 농성에서 "스탠다드차타드뱅크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경영진의 무능이 제일은행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사측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도 노조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5월 `클러스터 매니저(CM)`란 인사관리제도가 도입돼 CM에게 영업점 직원들에 대한 인사평가권을 부여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7월 본점에서 20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력투쟁결의대회`를 여는 등 사측과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행장 교체가 결정된 10일에도 본점에서 천막농성을 지속해 농성일이 어느새 150일을 훌쩍 뛰어넘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외국인 임원수가 과도하고 한국적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시해왔다.
지난 7월 현재 SC제일은행의 임원진은 모두 48명으로 이 가운데 5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장 노조위원장은 "한 해 동안 외국인 임원의 주거비 등 체제비로만 수억원이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SC제일은행은 규모로는 시중은행 가운데 최하위인데 임원 수는 가장 많다"며 임원수를 줄여야 은행경영이 정상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필 메리디스 행장에 이어 또 다시 외국인 행장이 선임되자 비효율적인 경영전략을 답습해 노사갈등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