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상용 기자
2006.09.05 15:15:12
추세 변화 예단은 일러..연속성 확인 필요
외국인, IT섹터 등 선별적 매수
FTSE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은 글쎄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이틀째 선물뿐만 아니라 현물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그동안 현물을 쉼없이 팔면서 투기적 선물거래를 통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종전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일단 증시 전문가들은 "추세 변화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차분한 반응이다.
다만 외국인의 급격한 매도 공세는 일단락됐다는 판단이 우세한 가운데 정보기술(IT)주 강세를 예상한 글로벌 펀드의 비중확대와 업황 호조가 예상되는 섹터에 대한 선별적 매수에 기인한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49억원(오후 3시 잠정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날 1025억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이틀 연속 `사자`세를 보였다.
선물시장에서도 전날에 이어 5091계약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4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해외증시가 살아나고 있고, 유가 하락과 IT제품 단가 상승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좋아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부장은 다만 "지난 5~6월 외국인 급매도세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선물 동반 매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가져볼만하지만, 이틀간의 움직임을 갖고서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속성을 확인해야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국내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이 10배 이상일 때는 외국인 매물이 출회되곤 했는데, 지금처럼 10배 이상인 영역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국내증시를 바라보는)시각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적극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힘들다"면서 "해외 증시 호조가 지속되면 그간 국내증시에서 많이 팔았던 외국인도 중립적인 스탠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매수가 시장 전반을 달구지는 못하고 있다. IT와 금융 조선 등 일부 업종과 종목에 선별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황금단 연구위원은 "IT업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펀드의 해당 섹터 비중이 확대되면서 국내 IT부문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그간 브릭스 국가의 주가지수가 많이 회복된 반면 국내 증시는 덜 오른 측면이 있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내 비중 조정이 일부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조재훈 부장도 "외국인의 최근 매매는 업황모멘텀이 살아있는 조선 업종과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IT 등에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0월중 중국 공상은행의 기업공개(IPO)전까지는 소극적이고 선별적인 외국인 매매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공상은행 IPO 이후에는 매수 강도가 좀 더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외국인 매수의 배경으로 국내증시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감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편입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설사 편입된다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관심이 모아지는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는 그리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면서 "현재로선 한국이 FTSE 지수에 편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타격을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지난 2004년이후 국내증시에선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이머징마켓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대신 밸류에이션에 입각한 합리적 기대수익률을 추구하는 선진국형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등 외국인간의 활발한 손바뀜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중 이징마켓에 주로 투자하는 GEM(Global Emerging Market)펀드내 한국물의 편입 비중이 줄어든 반면, 선진국에 주로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에서는 한국물의 편입비중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는 이에 따라 "한국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새삼스레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세를 유입시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