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동에 `유럽경제 후폭풍`

by조용만 기자
2005.11.08 13:19:49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프랑스 이슬람계 청년들의 장기 소요사태로 프랑스 경제의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폭동이 전국으로 번지고, 독일과 벨기에 등 주변국들로 폭력사태가 확산되면서 경제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관광대국으로, 폭력사태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또 장기적 소요사태는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 경제가 올해 1.5% 성장한뒤 내년에는 1.8%로 성장세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정부의 전망치(올해 2%, 내년 2.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IMF는 고유가와 무역 상대국의 경기둔화로 프랑스 경제가 하향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경제가 4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소요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투데이온라인은 이코노미스트와 재계 관계자 등이 소요사태가 경제회복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프랑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부 사업장의 영업이 중단되고 보안비용이 증가하는 것외에 소비심리 외축과 외국인 투자 감소 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분기 회복과 내년이후 성장 가속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나텍시스 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토아티는 공공질서의 붕괴가 4분기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며 소비심리 악화와 기업들의 업황전망에 대한 불안감은 고용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을 끼고 있는 4분기는 소매업체들이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컨설팅업체 세르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니콜라스 바조는 "현재 소요사태가 외국자본의 투자처로서 프랑스의 매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요사태가 2주일째로 접어들지만 아직 관광객들의 대규모 예약취소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의 선도여행사로 파리와 니스 등지에 대한 관광상품을 판매중인 TUI는 "현재 예약상황은 정상적인 수준"이라면서 "일부 관광객들이 자신들이 묵을 호텔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관광업계에서도 프랑스를 여행하려는 미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 소요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소요사태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사태와 관련해 미국 등 10여개 국가가 자국 여행객들에게 프랑스 관광 주의령을 내린 상태다. 호주, 오스트리아, 영국, 캐나다, 독일, 헝가리, 일본, 러시아, 스페인 등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프랑스는 연간 75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최대 관광국으로 관광수입이 국민총소득의 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사태가 심화되고, 차량방화와 폐허가 된 건물 등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관광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의 레옹 베르트랑 관광장관은 "폭동에 따른 리스크가 향후 관광산업에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들에게 프랑스는 여전히 안전한 지역이라고 강조하면서 `파리가 불타고 있다` 는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상황을 전하고 있는 외국 언론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최대 여행뉴스 발행사인 트래블프레스는 "프랑스 폭동이 이미지를 다소 훼손시킬 수 있다"면서 "프랑스가 워낙 매력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소요사태가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폭력사태 확산의 영향은 통화가치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째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방화·폭동이 유럽으로 번지면서 8일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2년래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전자외환거래 시스템 EBS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8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1.1762달러로 전날 뉴욕 종가 1.1805달러보다 하락했다(달러 강세-유로 약세). 이같은 환율수준은 지난 2003년 11월 1.1751달러이후 2년만에 최저치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엔 환율은 전날 138.92엔에서 138.52엔으로 떨어졌다.

통신은 유럽 2위 경제국 프랑스에서 발생한 소요사태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유로화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일째 지속되고 있는 소요는 지난 1968년 학생 소요사태이후 도심 폭동으로는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미즈호 기업은행의 외환담당 부사장인 가토 미치요시는 "폭동이 프랑스 전역으로 번지고 독일과 벨기에로 전파되면서 유로화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폭력사태가 유로화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통화가치 하락은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