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4.10.14 14:03:47
대차거래잔고 사상 최대치..외국인 `독무대`
가격差 활용한 거래 `다양`..관심 점점 고조
[edaily 이정훈기자] 올들어 주식시장은 급격한 상승과 하락흐름이 번갈아 연출되며 방향성을 보는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자칫 반대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간 엄청난 손실을 보고 두 손 들어버리기 일쑤일 정도로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주식시장 방향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한 묘책들이 총동원되고 있고 그중 최근 가장 각광받는 분야중 하나가 바로 주식대차거래다. 특히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데, 전체 대차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차거래란 주식이나 채권을 장기 보유하는 금융회사가 단기적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거래인데,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올들어 주식대차거래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54%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월별 주식대차거래잔고(금액기준)를 살펴보면, 지난해말 1조3815억원에 불과하던 잔고는 올 1월에 2조원을 넘어섰고 3월에는 3조원을, 5월에는 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달 12일 현재 4조6876억원에 이르고 있다.
◆주식대차거래잔고 추이
전통적으로 주식대차거래는 향후 주식가격의 하락이 예상될 때 장기보유기관으로부터 해당 주식을 빌려 미리 팔아놓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할 경우 낮은 가격에 이를 되사서 상환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활용돼왔다.
최근에도 이런 거래는 남아있지만,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격을 잘못 예측할 때 따르는 위험이 너무 커 이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각종 차익거래(아비트러지)가 우리 시장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가장 흔한 방식은 현물이 고평가되고 선물이 저평가되는 백워데이션 하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매도차익거래를 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매도할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를 활용하고 있다.
올들어 매도차익거래잔고가 1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을 보면 이같은 거래가 얼마나 많이 이용됐는지 알 수 있다.
실제 매도차익거래가 활발하게 유입된 후 선물이 고평가되는 콘탱고로 돌아서면서 대차거래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들은 연말을 앞두고 배당수익을 얻기 위해 조만간 매도차익거래잔고를 청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DR과의 차익거래에도 활용된다. 우리 시장과 해외 시장에 동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원주와 DR과의 가격 차이가 불가피하게 생겨나는데, 이 괴리가 커지면 어느 한 쪽을 팔고 다른 한 쪽을 매수하는 방식의 차익거래가 가능해진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동안 국내 주요 블루칩의 DR 가격이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국내 원주를 매도하기 위해 대차거래가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9월30일부터 이틀만에 대차거래잔고가 3000억원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이들 주식연계채권의 가격과 원주의 주가가 큰 괴리를 보일 경우 이같은 형태의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전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와 연계해 대차거래를 활용하기도 한다. 자전거래 직전 대차를 통해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자전거래로 주식을 취득하게 되면 이를 되갚아 그 사이 주가 차이를 이익으로 챙기고 있다.
지난달 LG와 GS홀딩스의 대주주들이 보유지분을 외국계에 자전거래로 매각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에 앞서 두 종목의 대차거래잔고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 대차거래를 대행하는 외환은행 증권수탁실 조성환 과장은 "이밖에도 우선주와 보통주간 가격 괴리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과 실제 주가간의 괴리 등을 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차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차거래에 따른 수익률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차거래 대행사중 하나인 증권금융 관계자는 "대차거래 수수료는 국내 기관의 경우 보통 4%, 외국인의 경우 1~5% 수준"이라며 "이 정도 수수료를 물고도 대차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실제 수익률이 이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도 "일반적으로 대차거래 기간은 평균 3~6개월로 보는데, 수수료를 감안할 때 연환산 수익률이 적어도 6%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식연계상품들이 등장하는 한편 새로운 차익거래 방식도 채택되면서 이같은 대차거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다른 대차거래 대행기관인 증권예탁원 최경렬 팀장은 "참가자가 많아지고 시장이 합리화되면서 대차거래를 통해 낼 수 있는 이익규모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안정적인 무위험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메리트로 인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