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뛰면 2배로 먹는다더니…ETF 레버리지 수익률 '미스터리'

by박종오 기자
2020.04.26 17:30:15

복리효과에 지수 하락후 회복해도 수익률은 마이너스
전문가들 "단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레버리지’라는 금융 투자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 A씨는 요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합니다.

ETF 레버리지는 주가가 오르면 투자 수익률은 그 2배가 되는 펀드입니다. 쉽게 말해 주가가 1% 상승하면 수익률이 2%가 되고, 반대로 주가가 1% 하락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 2%가 되는 건데요.

A씨가 화난 이유는 주가와 ETF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이 따로 놀아서입니다.

A씨가 투자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이 판매한 ‘코덱스 레버리지’인데요. 코덱스 레버리지는 ‘코스피200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따라서 수익률이 결정됩니다. 코스피200 지수란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 등 200개 대표 종목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지수인데요.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라고 보면 됩니다.

A씨가 제기하는 문제는 이런 겁니다.

코스피200 지수는 A씨가 코덱스 레버리지에 투자한 지난달 11일 257.01에서 3월 한때 199.28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이달 17일 255.02로 예전 지수를 거의 회복했는데요. 전체 투자 기간으로 보면 0.8% 내린 거죠.

그런데 정작 코덱스 레버리지 가격은 지난달 11일 1만870원에서 이달 17일 1만145원으로 같은 기간 6.7%나 하락한 겁니다.

앞에서 ETF 레버리지 수익률은 주가 변동률의 2배라고 했죠? 그럼 코덱스 레버리지 가격도 코스피200 하락 폭의 2배인 1.6%만 내려야 맞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먼저 ETF가 뭔지 간단히 알아보기로 해요.

ETF는 코스피·코스닥 등 특정 지수나 주가 변동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 상품의 한 종류입니다. 펀드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데요.

ETF에 ‘레버리지’라는 단어가 붙으면 수익률이 지수나 주가 변동률의 2배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데요. A씨가 투자한 코덱스 레버리지의 경우 발행 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이 ETF 투자자의 돈을 실제 주식 등에 투자해 굴려주고 그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겁니다.

펀드의 수익과 손실이 코스피200 지수 변동률의 2배가 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투자자들이 낸 투자금이 100만원이라면 운용사는 먼저 이 돈으로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등을 코스피200과 똑같은 비중으로 사들입니다.

그다음 펀드가 사들인 주식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서 다시 코스피200 선물을 100만원어치 매입합니다. 코스피200 선물은 미래의 코스피200 지수 변동에 따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 상품인데요. 예를 들어 지금 100만원에 코스피200 지수 선물을 사서 향후 약속한 결제일에 코스피200 지수가 오르면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금의 2배를 코스피200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연동되는 상품에 투자했으니 당연히 수익률도 코스피200 지수 변동률의 2배가 되겠죠?

일반적으로 펀드가 투자한 주식의 발행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면 펀드의 주인인 투자자들도 배당금을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ETF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수익률을 높이려고 금융회사 대출을 이용하고 그 이자를 주식 배당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별도의 배당 수익은 받을 수 없답니다.



ETF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투자 손실 우려가 커져 논란이 되는 ‘상장지수증권(ETN)’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데요.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고 자산 운용 수익과 관계없이 유가 선물 같은 특정 지수의 변동에 따라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 상품입니다.

그래서 ETN은 증권을 발행한 증권사가 망하면 투자자가 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ETN이 ‘증권’보다는 특정 회사로부터 원리금 받을 권리를 가지는 ‘채권’의 성격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실제로 ETN의 ‘N’은 영어로 ‘Note’인데, 증권과 채권 둘 다로 번역할 수 있답니다.

반면 ETF는 운용사가 펀드의 자산을 은행에 별도로 보관하기 때문에 투자금 전액 손실 우려가 없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ETF 레버리지가 투자자들에게 ‘핫’한 상품이 된 건 최근 일인데요.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주가가 다시 반등할 거로 예상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사람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오를 주가의 2배를 수익으로 먹겠다는 건데요.

A씨가 투자한 코덱스 레버리지만 해도 3월 말 이후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2조원에 육박할 만큼 불어났답니다.

이제 A씨가 지적한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폭락했던 증시가 회복했는데 왜 ETF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아직도 손실을 보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복리 효과’ 때문입니다.

복리란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저축할 때 원금에 일정 기간 발생한 이자를 더하고, 다시 이 불어난 원금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은행에 2년간 100만원을 예금하고 연 5% 이자를 복리로 받기로 했다고 가정해 봐요. 첫해에 이자로 5만원을 받고, 둘째 해엔 다시 이 5만원에 5% 이자율을 적용한 5만2500원을 이자로 받습니다. 이처럼 복리란 쉽게 말해 원금만이 아니라 이자에도 이자를 쳐주는 겁니다.

ETF 레버리지도 바로 이런 복리 효과가 발생합니다. 투자 수익률을 ‘하루 단위’로 정산해서 매일 펀드 가격을 새로 계산하기 때문인데요. ETF 레버리지의 누적 수익률이 투자 기간 전체의 누적 주가 변동률의 2배와 차이가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코스피200 지수가 오늘 100에서 내일 110으로 올라가고 모레 다시 100으로 내려간다고 칩시다. 그럼 내일 지수는 오늘보다 10% 상승하고, 모레엔 전날보다 9.1% 하락하는 거죠. 사흘 전체로 보면 지수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럼 오늘 100원인 ETF 레버리지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내일은 지수 상승률의 2배인 20%가 오른 120원이 되고, 모레엔 지수 하락률의 2배인 18.2%가 내린 98.2원이 될 겁니다.

어떤가요. 사흘 사이 코스피200 지수는 그대로지만, ETF 레버리지는 1.8% 떨어졌습니다. 이게 바로 복리 효과 때문입니다.

복리 효과가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시장이 상승이나 하락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경우인데요.

만약 코스피200 지수가 계속 오른다면 ETF 레버리지의 투자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의 2배가 넘게 됩니다. 예컨대 이틀 동안 지수가 10% 오르면 ETF 레버리지의 상승 폭은 그 2배인 20%를 초과하게 되는데요.

제가 처음에 복리란 이자가 이자를 낳는 것이라고 했죠? 이렇게 이자에 이자가 붙다 보니 투자 수익률이 쑥쑥 올라가는 복리의 마술이 작용하는 겁니다.

반대로 코스피200 지수가 계속 내리면 ETF 레버지리의 투자 손실률은 지수 하락 폭의 2배보다 작아집니다. 이틀 동안 지수가 10% 하락하면 ETF 레버지리의 손실율은 그 2배인 20%에 못 미치게 된다는 얘기인데요.

이는 ‘원금 감소’ 때문입니다. 일례로 은행에서 받은 대출 원금이 100원에서 50원으로 감소하면 똑같은 이자율 10%를 적용해도 내가 내는 이자가 10원에서 5원으로 줄어들잖아요. 마찬가지로 펀드 가격이 계속 쪼그라들면 같은 손실률을 적용해도 투자자가 부담하는 손실액의 절대 규모가 작아지고, 결과적으로 투자 기간 전체의 손실률은 지수 하락률의 2배를 밑도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랍니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은 코스피200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 장이 ETF 레버지리 투자자에게 특히 불리하다는 점인데요. 복리 효과가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봅시다.

코스피200 지수가 오늘 100에서 내일 80으로 20% 내려가고 모레 다시 20% 올라서 96이 됐다고 가정해 봐요. 사흘 사이 지수는 100에서 96으로 4% 내렸습니다.

그럼 오늘 100원인 ETF 레버리지 가격은 내일 40% 하락한 60원, 모레엔 다시 40% 상승한 84원이 될 겁니다. 사흘 전체로 보면 가격이 무려 16%나 떨어졌네요.

이렇게 시장이 왔다 갔다 하면 투자자는 가만히 앉아서 손실을 보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요즘 증시가 이랬는데요.

복리 효과 외에 펀드의 자산 구성이나 시장의 수요·공급 등도 지수와 펀드 수익률이 따로 노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위에서 ETF 레버리지는 실제 코스피2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의 주식을 그대로 펀드에 담는다고 했죠? 그런데 주가는 매일 움직이니까 코스피200에서 특정 종목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일 조금씩 달라질 겁니다. 이렇다 보니 코스피200과 펀드의 자산 구성에도 약간 차이가 생길 수 있는데요. 이걸 어려운 말로 ‘추적 오차’라고 합니다.

또 ETF 레버리지의 시장 가격은 실제 가치보다 비싸지거나 싸질 수도 있는데요.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소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 펀드의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수요가 줄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건데요. 금융 용어로는 ‘괴리율’(순자산 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런 추적 오차와 괴리율로 인한 지수와 실제 수익률 간 격차는 매일 0.05~1.75%포인트 정도 발생하는데요. 복리 효과만큼 투자자의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직접 계산해 봤어요. 추적 오차와 괴리율을 제거한 코덱스 레버리지의 이달 17일 가격은 1만152원이더라고요. 지난달 11일(1만870원)보다 6.6% 내린 건데요. 추적 오차와 괴리율 효과 제거 전 수익률(-6.67%)과 큰 차이가 없죠?

전문가들은 ETF 레버리지가 ‘단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강조하는데요. 복리 효과 때문에 돈을 장기간 묻어둘 경우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저점을 다지고 단기적으로 대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때만 잠깐 돈을 넣었다가 빼라는 얘기인데요. 여기서 단기란 통상 2~3개월을 말하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요동칠 때는 투자 주기를 이보다 더 짧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