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2.03.15 15:00:35
엔·위안화 한발 앞서 국제화 시동..원화는 말로만 국제화
경제여건 신중히 고려해야..한중일 3국 통화인덱스 첫단추
정부 등 일각에선 "환투기 공격 등 부작용 우려"..신중론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산업은 디레버리지(deleverage)의 시대, 규제의 시대로 큰 전환점을 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한국 금융산업에 새로운 위기이자 도전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글로벌 리더그룹에 당당하게 가입했고,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의 출현과 함께 국가 브랜드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동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면서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그 배경엔 내수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융산업의 후진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한국 금융산업이 실천해야 할 3대 긴급과제를 선정하고 그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원화의 국제화를 위한 로드맵을 조만간 마련하겠다.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2006년 5월5일,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한덕수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 동의한다. 검토하고 있고 일부 추진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2011년 10월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이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성장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원화는 여전히 자국통화 신세에 머물며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추락하면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자리를 대체할 후보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은 경제규모를 앞세워 달러화의 공백을 메울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거시경제 운용의 어려움과 함께 투기세력의 환투기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달러화의 잠재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위안화, 그리고 국제거래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엔화와 비교할 때 이대로 가다간 원화가 삼류통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이 독자적으로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기엔 여러가지로 한계가 많다. 이 때문에 이미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중국, 일본 등과 동아시아 3국 통화인덱스(Index)를 구성해 원화 국제화를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수출대국이자 6위의 외환보유국이라는 대외적 지위에 걸맞지 않게 원화의 국제화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에서 원화로 결제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미국(84%)과 독일(62%), 영국(48%)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유로지역에서 자국통화의 결제비중이 가장 낮은 이탈리아(38%)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도 자국통화 결제비율이 29%에 달할 정도다. 특히 대외무역의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다 보니 달러가치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위험국가 일순위에 오르면서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가 수출대국으로 성장한 이후 원화의 국제화는 항상 중요한 화두였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가 상시화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원화의 국제화는 항상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격’이었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원화 국제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통화관리를 비롯한 거시경제 운용의 어려움과 환투기 세력의 공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제 적극적인 행동엔 나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