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아래 소금밭… 짱뚱어 뛰노는 개펄
by경향닷컴 기자
2010.04.07 16:43:00
[경향닷컴 제공] 신안 증도가 가까워졌다. 최근 증도와 사옥도를 잇는 다리가 놓였다. 과거 지신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넘어가야 했지만 이제는 차로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증도 가는 길은 봄나들이 드라이브 코스로 딱 어울린다.
무안에서 들어가는 길 양쪽은 구릉밭이 펼쳐진다. 요즘 양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수확을 끝내고 밭갈이를 마친 황토 들판은 유난히 붉은빛을 띤다. 붉은 밭고랑과 푸른 밭고랑이 대조를 이룬다.
증도는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들어간다. 무안 해제면에서 다리를 넘으면 송도라는 섬마을이다. 송도에서 지도로, 지도에서 사옥도, 사옥도에서 증도로 이어진다. 다리나 둑으로 연결돼 있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줄 잘 모른다.
증도 가는 길에는 ‘증도에서는 담배를 팔지도 피우지도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올 봄부터 주민들이 증도를 금연섬으로 만들었다. 노인들도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했고, 관광객도 피울 수 없다는 것이다. 증도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시도는 놀랍다.
증도의 볼거리 중 첫 번째는 태평염전. 140만평이나 되는 염전은 국내에서 가장 크다. 국내 천일염의 6%를 만든다. 연간 소금 1만6000t을 생산한다.
과거 소금은 바닷물을 그릇에 담아 불을 때서 수증기를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소금을 자염이라고 한다. 근대 염전은 1900년대 초반 인천에서 시작됐다. 태평염전은 53년부터 소금을 만들었다. 80년대 이후 화학소금에 의해 천일염이 밀리기도 했지만 요즘 다시 천일염 바람이 불면서 찾는 사람도 많다.
소금 농사는 오로지 햇살과 공기, 염부의 땀만으로 짓는 농사다. 지난주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물들이 행사를 마쳤다. 빛만 좋으면 염부들이 바닷물을 이리 밀고 저리 밀어서 소금을 만들게 된다. 태평염전 소금박물관은 오는 15일부터 아이들과 어른들이 소금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판매장도 있는데 토판염, 3년 간수를 뺀 소금도 판다. 원래 염전의 바닥은 흙바닥이었다. 후에 도자기 파편을 깐 염전도 등장했고, 요즘은 대부분 검은 고무판을 쓴다. 토판은 그냥 흙바닥에서 만든 소금인데 미네랄이 많아서 좋단다.
증도의 볼거리 중 하나는 개펄이다. 증도 소금이 좋은 것은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이 미네랄은 개펄에서 나왔다.
서남해안의 개펄은 생태계의 보고다. 온갖 수생식물들이 개펄에 기대어 산다. 증도엔 개펄을 가로지르는 짱뚱어 다리가 놓여 있는데 물이 빠지면 짱뚱어가 개펄 바닥에 누워서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우전해수욕장도 명물이다.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둘러볼 수도 있다.
증도는 리조트 하나를 제외하고는 고만고만한 시골집들로 이뤄져 있다. 새마을운동 당시 지붕을 올렸을 법한 슬레이트 집도 많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과거의 모습을 증도에서 볼 수 있다.
* 서해안고속도로 무안에서 빠진다. 해제 방면으로 달리면 된다. 내비게이션에는 지신개 선착장을 치면 된다. 증도 읍사무소나 증도 우전해수욕장을 칠 경우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