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낸드 2·3위 합병 추진…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by양희동 기자
2021.08.30 11:03:30

키오시아·WD 합병시 점유율 33%…삼성 턱밑 추격
2012년 D램 3·4위 마이크론·엘피다 합병 학습효과
단기엔 주가 하락했지만 3强 재편 후 수익성 개선
SK하이닉스 보유 키오시아 지분 가치도 상승 전망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낸드플래시(낸드) 시장의 판도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낸드 시장 점유율 2위인 일본 키오시아(키옥시아)와 3위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추진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1위 삼성전자(005930)와 4위 SK하이닉스(000660)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들어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미칠 영향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2012년 3강(强)으로 재편된 이후 과점 체재가 유지되고 있는 D램과 마찬가지로 낸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론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오는 9월 중순께 키오시아를 약 200억 달러(23조 43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초 키오시아는 합병이 아닌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웨스턴디지털과의 합병을 선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올 3월에도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이 키오시아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도시바 메모리사업부가 분사해 탄생한 키오시아는 낸드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2018년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탈 등이 손잡은 한미일 컨소시엄이 2조엔(약 180억 달러·지분 49.9%)을 투자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키오시아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어온 웨스턴디지털은 당시에도 막판까지 지분 인수를 위해 한미일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와 맞먹는 30%대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0%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키오시아(18.3%), 웨스턴디지털(14.7%), SK하이닉스(12.3%), 마이크론(11.0%), 인텔(6.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하면 점유율은 33.0%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1.0%포인트에 불과해진다. 또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마무리하면 점유율이 19.0%로 껑충 뛰어오른다. 결국 삼성전자와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 법인, SK하이닉스 등 낸드 시장에서도 D램과 마찬가지로 3강 체제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시장의 관심은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이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미칠 영향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인수합병으로 3강 재편이 이뤄졌던 D램 업계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차지한 D램의 경우 2012년 업계 3위였던 일본 엘피다와 4위 마이크론의 합병이 3강 체제 재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엘피다·마이크론 합병에 따른 강력한 경쟁자 출현에 대한 우려로 단기적으로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났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엘피다·마이크론 합병이 발표됐던 2012년 5월 한 달간 주가(삼성전자 액면분할 기준)가 각각 14.1%(2만8200원→2만4220원), 16.4%(2만8050원→2만3450원) 하락했다. 또 합병이 마무리된 이듬해 8월까지도 주가는 각각 2만 7000원대, 2만 8000원대로 합병 발표 이전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D램 3강 체제가 확립된 이후 처음 맞은 메모리 슈퍼사이클 시기(2017~2018년) 두 회사 주가는 각각 5만 7220원, 9만 5300원으로 합병 당시와 비교해 2~3배나 치솟았다.

증권업계에선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이 실제 성사되면 이전 D램 3강 체제의 학습효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낸드 시장이 6강 체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D램에 비해 낮았지만, 시장 재편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키오시아 합병 가능성이 부각되면 글로벌 낸드 수급개선과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3강 체제인 D램과 같이 낸드도 공급 과점화가 전개되면 낸드의 수익 변동성 축소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합병 추진에 따라 보유한 키오시아 지분 매각에 따른 차익 실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에 3950억엔(약 4조 2000억원)을 투자했고 이 중 ‘3분의 1’은 키오시아가 IPO에 나서면 지분을 최대 15%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로 보유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4월 열린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키오시아 상장 시 보유 지분 중 펀드 형태로 보유한 ‘3분의 2’는 순차 매각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가 합병을 진행한다면 결국 한미일 컨소시엄이 보유한 49.9% 지분 중 상당수가 매입 대상이 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도 CB를 제외한 나머지 보유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고, 상당한 차익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래픽=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