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아웃도어]'한 여름밤의 꿈'..옥상캠핑의 낭만
by장영은 기자
2014.07.03 11:19:10
캠핑장 예약 어렵고 세월호 사고로 분위기 침체
멀리 갈 필요 없이 집 옥상에서 텐트만 있으면 ''OK''
게스트하우스·카페도 옥상 캠핑으로 분위기↑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캠핑 경력 8년 차 우병희(42)씨는 요즘 색다른 캠핑에 푹 빠졌다. 휴일이면 산이며 바다로 캠핑을 떠나곤 했던 그가 꽂힌 곳은 바로 집 옥상이다. 지난 주말에도 친구 부부와 함께 옥상 캠핑을 즐겼다. 우씨는 “1~2인용 텐트 하나와 간단한 숯불구이 세팅만으로도 옥상은 훌륭한 캠핌장이 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심의 야경은 덤”이라고 말했다.
‘버려진 공간’으로 인식되던 옥상이 나만의 캠핑장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과거 옥상은 건물 위 남는 공간에 불과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옥상에 정원을 만들거나 탁구·배드민턴 등의 간단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조성되더니, 최근엔 가장 가깝고 특별한 캠핑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홍대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 ‘크로스로드’에 꾸며진 옥상캠핑장에서 숙박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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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캠핑은 국내에서 캠핑이 급격히 대중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캠핑 트렌드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들어 캠핑 열풍으로 기존 캠핑장 예약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감성적인 캠핑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옥상 캠핑이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떠들썩한 야외 활동을 지양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점도 옥상 캠핑과 같은 간소한 캠핑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캠핑 장소를 확보하고 사람들에게 치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는 이들에게 옥상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은 간편하면서도 한적한 캠핑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캠핑장에 비해 좁고 사적인 공간이라는 특성상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장비를 사용해도 좋고, 캠핑 초보라면 간단한 그늘막 텐트와 집에 가지고 있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불판으로도 충분히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의자나 스탠드를 비롯한 간단한 실내 인테리어 소품도 옥상으로 가지고 나오면 훌륭한 감성 캠핑 용품으로 변신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대형마트에서도 간소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용품들이 판매가 급증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 롯데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늘막 텐트, 코오롱스포츠의 ‘티메티 레트로 A’ 텐트와 캠핑용품, 어린이 물놀이용 풀(위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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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139480)의 경우 5~6월 세월호 영향으로 캠핑관련 상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침체했지만 간단한 소품으로 캠핑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랜턴, 매트 등의 캠핑 소품류 매출은 97.2% 뛰었다. 접이식 의자와 미니 테이블 등의 캠핑용 가구류 매출도 10.5%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 한 달 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그늘막 텐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늘었다. 베란다, 옥상 등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기주입식 풀’은 15.5%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세월호 여파로 인해 물놀이 용품 전체 매출이 11%가량 감소한 것에 비해 높은 신장률이다.
코오롱스포츠는 기존에 주력하던 대형 오토캠핑형 텐트와 함께 ‘데일리캠핑’(무박캠핑)을 위한 텐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피크닉을 겸한 캠핑용으로 출시된 ‘티메티(T-METI) 레트로 A’ 텐트와 캠핑용품, 아동용 텐트인 ‘넷몬스터’가 대표적이다.
옥상 캠핑이 인기를 끌면서 레스토랑과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도 옥상 캠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마초스헛’은 건물 옥상을 캠핑장 처럼 꾸며 젊은층에게 큰 인기다. 야외에서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테이블과 의자까지 아예 캠핑용품으로 장만해 한껏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홍대 게스트 하우스 ‘크로스로드 백팩커스’는 숙박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옥상에 캠핑장을 꾸몄다. 캠핑이 취미인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남는 장비들을 활용해 만든 옥상 캠핑장은 고객들에게 편안한 쉼터이자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