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100일)혼선만 빚은 부동산정책

by윤진섭 기자
2008.06.02 14:30:48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시장의 기대를 모은 세제 완화와 재건축 규제완화는 수면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며 공급확대책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한반도 대운하사업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개선키로 했으나 양도세를 부분적으로 바꾼 것 이외에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때,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거래세(취득·등록세) 1%포인트 인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부터 7개월이 지나도록 거래세 인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방세의 주요 세수인 취득 등록세를 인하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보전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지자체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갈팡질팡이다. 한나라당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새 정부도 출범 초기에 이를 적극 검토했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강부자 내각 논란에 휩싸이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선보인 지분형 주택제도는 실효성 논란 속에 후속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는 참여정부에서 내놨다가 시범사업을 끝으로 흐지부지된 ‘반값 아파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는 선 집값안정, 후 규제완화라는 논리로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손을 놓고 규제가 완화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집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택지지구의 택지비를 20% 인하해 분양가를 10% 더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근 레미콘 노무비 등 건설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기본형건축비 인상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단품슬라이딩제도를 도입해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공식화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발도 하기 전에 대운하 사업의 목적이 물류 중심에서 물 관리사업, 하천 정비사업으로 변질됐다.  

정부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민간업체들도 제안 시기를 늦추고 있다. 현대건설 등 1-5위 건설업체로 구성된 현대컨소시엄은 한강, 낙동강구간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했으나 한강-낙동강 연결 방식에 대해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결구간 향후 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결구간 공사를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워진 까닭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애초 4월말께 사업제안서를 낼 계획이었으나 계속 늦어지고 있다. 6-10위 건설업체로 구성된 SK컨소시엄도 아직까지 설계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새 정부의 주택 규제 완화 방향은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완화, 기반시설부담금 폐지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가장 큰 관심사인 재건축 규제 완화도 현재로서는 언제쯤 가시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면적인 규제 완화는 어렵고 용적률 상향 조정과 층고제한 폐지 등은 가능할 것이란게 부동산 시장의 예상이다.

새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노후 도심 재생사업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협의를 갖고 역세권 주변의 정비사업을 통해 장기전세주택과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뉴타운(시범, 2,3차) 26곳 ▲균형발전촉진지구 9곳 ▲재정비촉진지구 16곳 ▲서울시가 지정 보류 중인 4차뉴타운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운하 사업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 민간의 사업제안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이 본격화된다고 해도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