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터프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

by김홍기 기자
2000.12.14 15:27:45

미국에서는 43대 대통령 당선자로 사실상 확정된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지도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시가 자신이 내건 선거공약을 제대로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다음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부시 당선자에 대해 쓴 기사다. 부시는 최우선적으로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합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이에 대해 부시의 지지자들은 그런 일을 할 만한 적임자로는 부시 만한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텍사스 주지사를 역임하면서 초당파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먹구름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전망은 선거 이후 엄청 나빠졌다. 선거일 이후로 나스닥 지수는 17%나 떨어졌으며, 다우지수도 대폭 하락했다. 나쁜 징조는 이것만이 아니다. 소매판매는 떨어졌으며 자동차 판매도 슬럼프에서 헤메고 있다. 소비자 신뢰도 추락했고, 공장 주문량도 하락하고 있으며, 월풀과 제너럴 모터스와 같은 유명 기업들도 대량 해고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뉴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미국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10월의 26%에서 43%로 상승했다. 이러한 것들이 부시의 향후 10년간 1조 3000억 달러 감세정책 추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부시는 경제지표가 장미빛 일색일 때에도 감세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어떠한 경기후퇴도 돌려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감세가 유동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당연히 경제적 보수주의자들은 부시의 정책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냈었다. 그러나 이제 경제성장 둔화가 확산되면서 부시의 경제 참모들이 소득세 감면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한 부시가 포용하려는 의회의 온건-보수 민주당원들로서는 감세정책으로 인해 재정적자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중도 민주당 하원의원인 칼 둘리는 "온건-보수 민주당원들에게 있어서 최우선 과제를 감세가 아니라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부시가 어느 선에서 타협을 보느냐는 경제 둔화 정도에 달려 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연방정부가 세금으로 얼마나 걷어들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지금으로서는 연방 재정흑자가 너무 커서 조만간 연방예산이 적자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의회예산국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1%일 경우, 재정흑자가 2680억 달러에 달할 것이지만 겨우 0.1%에서 정체될 경우에는 300억 달러 이상이 줄어든 2365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산됐다. 장기적으로 그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연방정부의 지출이 인플레를 맞추는 정도에 그친다면 몇년 내에 통상적인 규모의 경기후퇴가 올 수 있다고 의회예산국은 보고 있다. 현재 추산한 2004년의 2460억 달러의 재정흑자가 1580억 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향후 10년간 현재 추산했던 것보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밑돌 경우에는 2010년까지 재정흑자분이 4600억 달러나 줄어들게 된다. 이 추산에는 의료보장 약품 지출이나 실업률 상승, 새로운 감세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감세 정책을 밀고 나가기 쉽지 않은 상태다) 경기둔화의 가장 큰 영향은 아마도 감세와 보수적 민주당원이 주장하는 국가 부채 감소 사이에 관한 논쟁 유발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과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국 소위 말하는 결혼세와 부동산세 감세로만 감세 범위가 제한되는 것이다. 캔사스주의 보수적인 공화당 상원의원인 샘 브라운백은 "뭔가를 하기 위해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를 교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의 사회보장 정책에 있어서도 주가 하락과 대선 후유증이 특별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부시의 측근들은 지금 의료보장 개혁과 마찬가지로 사회보장 정책에 대해서도 초당파적 위원회 구성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한 위원회가 부시에게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부시는 이러한 정책을 입안하는데 1년 밖에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지금 보아서는 법적 분쟁으로 인해 대통령직 인수 준비 기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부시로서는 통상적인 허니문 기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그는 몇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그는 아마도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 대상이었던 앨 고어보다는 의회에서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텍사스 주지사로 양당이 거의 동수를 이뤘던 텍사스주 의회를 다뤘던 경험이 의회에 대해 좀 더 잘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오스틴은 워싱턴과 다르기 때문에 평면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텍사스의 민주당 의원들은 다른 민주당원과 비교해 좀 더 보수적이며, 공화당원들은 중앙의 공화당 상원의원 보다 덜 이념지향적이다. 그들은 2년 마다 몇개월 간만 오스틴에 모여 재빨리 일을 처리한 뒤 지역구로 돌아가고는 했다. 중대한 위기가 발생할 일이 없었다. 따라서 부시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이 취급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그는 논쟁으로 시간을 질질 끄는 전업 의원들을 만나야 한다. 그는 매일 국내-국제 문제에 치여서 그 자신의 아젠다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부시가 아버지의 이름을 본땄기는 하지만 그의 역할 모델은 아버지의 전임자였던 로널드 레이건이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험밖에 없었던 레이건은 대통령직 준비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는 와중에 대통령직을 맡았다. 그도 부시처럼 막대한 규모의 방위비 지출, 감세, 균형 예산을 주장했었다. 젊은 부시는 스타일상으로 레이건과 비슷하다. 그는 미묘한 지적 논쟁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는 것 같으며 정책 주장이라는 것을 주요 매력 포인트로 사용하길 좋아한다. 레이건이 그의 캘리포니아 친구들에게 둘려쌓여 있던 것처럼 부시도 소수지만 충성심이 강하고 입이 무거운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천성적으로나 필요에 의해서건 부시는 딜 메이커가 될 것이다. 텍사스 의회의 공화당 의장인 톰 크래딕 하원의원은 "부시의 스타일을 볼 때 그는 프로그램의 대강을 그린 뒤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내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건은 민주당이 하원를 지배했었기 때문에 부시보다 더 많이 타협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가 온건-보수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들이게 될 경우, 공화당 동지들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 전직 하원의원인 빈 웨버는 "그럴 경우, 공화당 의원들이 불평을 터뜨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시의 측근들은 부시가 중도파를 중심으로 온건-비이념지향적 공화당원과 온건-보수 민주당원을 포괄한 지배체제를 구축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건은 당시에 남부와 서부 출신인 민주당 의원 약 40명에게 꾸준히 기댈 수 있었다. 그러나 부시는 보다 양극화된 의회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사안별로 다양한 조합을 꾸려 민주당원을 포섭해야만 할 것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존 스프래트는 "우리의 표를 얻으려면 사안별로 다르게 접근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중재적이고 타협적인 말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단호한 사람이라고 크래딕은 말한다. 작년에 부시는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으로 감세 정책에 딴지를 거는 민주당 의원들과 맞닥뜨린 적이 있다. 당시 부시는 감세조치는 텍사스의 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면서 "감세안에 투표를 하지만 말아봐라.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나는 당신의 지역구에 가서 지역구민들에게 당신의 대표들이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나왔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의 정책을 승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화당 주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시블리는 텍사스주의 공화당 의원들과 후원 기업인들도 마찬가지 경우를 당했었다고 말한다. 그는 "부시를 협박하려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고 협박을 했다고 하더라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부시는 "똑똑히 들어라"라고 호통을 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시블리는 "부시는 결국 자신의 기회를 자신이 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