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연구 권위자' 김규원 교수, 37년 쓴 삼성 전자레인지 기증

by조민정 기자
2024.09.11 09:10:21

'호암상 수상자' 김규원 서울대 약학과 명예교수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 기증…MW5500 모델
1986년 수출형 제품…버튼식 작동이 특징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40년 동안 암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호암상을 수상하는데도 이 전자레인지가 큰 기여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김규원 서울대 약학과 명예교수가 1986년에 출시된 삼성전자(005930) 전자레인지를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IM)에 기증했다. 그는 2005년 삼성호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호암상(의학분야)을 받은 항암 연구의 권위자다. 김 교수는 2006년 비강암 발병으로 투병하면서도 ‘미생물과 암 세포의 상호작용 관계’를 연구했다.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하는 김규원 교수.(사진=삼성전자)
김 교수는 11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느꼈다”며 “바쁜 나와 몸이 아픈 아내에게 이 전자레인지는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가 기증한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의 클래식 컬렉션 제품이다. 1986년에 수출형으로 만들어진 MW5500 모델로 그와 37년을 함께 했다. 우드 캐비닛 디자인으로 중후한 멋을 자랑하며 미국 시장에서 선호하던 버튼식 작동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각 트레이(플랫 베드 타입)를 사용해 넓은 면적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는 1986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마트에서 우연히 이 삼성전자 전자레인지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즉시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37년 동안 한 번도 고장이 안 날 만큼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는 전자레인지를 보며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명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규원 교수가 37년간 고장 없이 사용해온 MW5500 모델.(사진=삼성전자)
김 교수의 세심한 관리와 삼성전자의 뛰어난 품질이 시너지로 전자레인지 내부는 오랜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사용한 비결에 대해 “삼성전자의 신뢰할 수 있는 품질 덕분”이라며 “전자레인지를 단순한 가전제품 이상으로 여기며 마치 화초나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듯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전자레인지를 기증하게 된 건 2022년 말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다. 김 교수는 “원래 아내와 함께 40년간 잘 사용하고 삼성전자에 기증하려 했는데 더 빨리 기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제품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는 김 교수는 삼성전자에 “점차 고령화되는 사회에 대비해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미래의 희망을 만듭니다” 같은 슬로건을 내세워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