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000원 밑으로, 엔화 더 추락하나…"장기화시 철강·기계 피해"

by최정희 기자
2022.03.30 10:42:59

원·엔 환율, 3년 3개월래 최저 수준
엔화, 달러 대비 135~140엔까지 추락 가능성
엔저 하반기까지 간다면 국내 철강·기계 업종 피해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안전자산인 엔화가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 대비로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원·엔 환율은 1000원 밑으로 빠져 3년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거론된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과 우리나라가 경쟁하는 철강, 기계 업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출처: 한국은행)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 28일 124.96엔까지 올라 2015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엔 125엔까지 올랐다. 30일엔 121엔대로 내려 앉았으나 추가 하락할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평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2년과 2014년 당시 엔화 약세폭 평균을 고려할 때 올해 달러·엔 환율은 135~140엔까지 추가 약세가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 하락에 원·엔 환율도 28일 이후 1000원 밑으로 빠졌다. 30일 장중엔 100엔당 982.65원까지 떨어졌다. 2018년 12월 4일 980.33원을 기록한 이후 3년 3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엔화 가치의 하락은 미국 등 주요국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며 긴축 강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본은 마이너스 정책 금리에 무제한 국고채 매입을 선언했을 정도로 엔화를 풀고 있다.

엔화가 과거엔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여건이 불안할 때 그 가치가 올랐으나 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김유미 연구원은 “과거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됐던 것은 일본의 경상수지가 소득수지를 중심으로 흑자기조를 이어갔고 세계 최대 규모의 대외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시장 내 불안심리가 고조됐을 경우 일본의 대외 투자자산이 본국으로 송금되면서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작년 12월 일본 경상수지는 무역적자로 인해 적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1월엔 1조1900억엔 적자로 2014년 1월(1조4500억엔) 이후 최대 적자를 냈다.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엔화 매도, 달러 매수를 강화시켜 엔화 자산에 대한 투자가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낮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작년 8월부터 7개월째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억눌렸던 경기 회복 신호가 점차 확인되는 점은 엔화 가치를 방어할 것으로 보이나 연준의 긴축 가속화 가능성, 무역수지 악화 등은 엔화를 추가로 하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엔 부정적일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아직까지 엔저 영향을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며 “엔저가 악영향을 미칠 때는 대외 수요 개선이 미진하고 원화의 차별적 강세가 나타날 경우인데 주요 선진국의 긴축, 우크라 사태 등을 고려하면 원화 역시 엔화와 마찬가지로 강세 전환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반기까지 엔저가 장기화되면 업종별로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석유, 철강, 기계, 자동차 등은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거나 확대됐는데 전방수요가 양호한 석유, 자동차 업종은 피해가 제한되지만 철강, 기계 업종은 정부, 민간 차원의 투자 집행이 지연되면서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