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8개월째 금리 동결…경기회복 지원에 방점(상보)
by최정희 기자
2021.01.15 09:40:48
1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코로나19 확산 지속..경기 불확실성 여전
수출 증가해도 소매판매 감소 등 실물 경제 회복 미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축년 새해 첫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키로 했다. 작년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8개월째 동결이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출처: 한은) |
|
한은은 이날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한다. 이데일리가 금통위 회의을 앞두고 12명의 경제 및 금융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금통위원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4~7일 채권업계 종사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역시 응답자 100명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코로나19 재확산, 실물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좀 더 필요하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일 평균 기준, 석 달째 증가세(작년 10월 5.4%, 11월 6.4%, 12월 7.9%)를 보이고 있다. 이달 1~10일까지 통관 기준 수출 역시 일평균 기준으론 5.8% 증가세를 기록, 수출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등 실물 경제는 회복세가 미약하다. 작년 취업자 수는 21만8000명이 감소,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대에서 500명대로 내려 앉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증가세라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늘어 두 달 만에 증가한 반면 소매판매는 0.8% 감소, 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작년 한 해 은행 가계대출은 100조5000억원 증가,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제2금융권까지 합칠 경우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12조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가계부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부채의 함정’을 우려했다. 부채의 함정은 과도한 부채로 인해 금리 인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실물 경제 회복은 미약한 반면 코스피 지수는 3000선으로 올라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고, 작년 집값(주택종합매매가격지수)은 5.36% 상승, 2011년(6.14%) 이후 가장 많이 올라 자산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것 역시 제로 금리로 나타난 부작용일 수 있어 금통위로선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작년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한은의 목표물가 2%(연간)에 비해선 여전히 낮아 아직까지 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물가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한은은 작년 11월 통화정책방향 문구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이 1% 내외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변경한 바 있어 향후 물가 경로는 상승에 무게를 뒀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주열 총재가 올해 잠재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한은이 경기 부양에 더 집중해야 한다. 경기 회복을 앞당길수록 긴축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