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5개월째 뒷걸음질…먹구름 언제쯤 걷힐까

by김형욱 기자
2019.05.01 15:32:59

4월 수출액 488억6천만달러…전년대비 2.0%↓
반도체 경기침체 이어져…D램 시세 반값 ''뚝''
감소폭은 2개월째 축소…물량 3개월만에 증가
"추세적 반등 판단 시기상조…하반기 회복 전망"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반도체 경기 침체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액 감소세가 5개월째 이어졌다. 다만 지난 2월을 정점으로 감소 폭이 줄며 회복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추세적 반등으로 보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치)을 보면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488억6000만달러(약 57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기 침체 여파가 컸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84억5500만달러로 전년보다 13.5% 줄었다. 한때 전체 수출의 25%에 육박하던 비중 역시 1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제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4월 8기가바이트(Gb) D램 가격은 4.3달러로 전년보다 52.2% 떨어졌다. 사실상 반값 수준이 된 것이다. 128Gb 낸드 가격도 5달러로 전년대비 26.5% 하락했다. 4월 반도체 수출물량(톤 기준)은 전년보다 0.9%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시세 하락 때문에 수출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또 다른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38억9400만달러)과 석유제품(38악5500만달러) 수출액도 전년보다 각각 5.7%, 2.6% 줄었다. 역시 수출물량은 늘었으나 수출단가 하락에 전체 수출액이 감소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아직 수출단가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4월 수출입 실적 주요 내용.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그러나 회복 조짐도 보인다. 수출액 감소율이 2월 11.4%로 정점을 찍은 이후 3월 8.2%, 4월 2.0%로 줄어들고 있다. 추세적으로만 보면 5월 이후 상승 전환 가능성도 있다. 수출물량만 놓고 보면 4월 들어 2.5% 증가하며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조선 등 최근 고전했던 분야가 지난달 상승 반전했다. 4월 자동차 수출액은 37억5600만달러로 전년보다 5.8% 늘었다. 선박은 27억3000만달러로 53.6% 증가했다. 정부가 신 수출성장동력으로 꼽은 바이오헬스나 이차전지, 전기차, 플라스틱 제품과 농수산식품도 아직 규모 자체는 작지만 꾸준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뺀 4월 수출액은 오히려 0.8% 증가했다. 반도체 역시 극심한 시세 부진 속에서 예상보다는 선전했다는 게 통상 관계자의 설명이다.

월별 자동차·선박 수출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는 그러나 이 같은 회복 분위기를 추세적인 반등으로 해석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봤다. 반도체나 석유화학제품 시세 상승이 예상되는 하반기 들어서나 확실한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미·중 통상분쟁과 중국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 단가 하락도 있어서 최근 회복 흐름이 5~6월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며 “국제유가의 안정세와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선박의 회복 등 긍정 요인도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 추세가 어느 시점에서 회복할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하반기 반도체 수요 개선을 전망하고 있고 국제유가 상승도 하반기부터는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엔 반등할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부는 최근 수출액 감소에 대응해 무역금융 확대와 수출지역 다변화 등 현 수출활력 제고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도 3233억원 규모 무역금융과 해외마케팅 지원 사업을 포함했다.

산업부는 또 지난달 30일 발표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 발표를 시작으로 한 미래차·바이오헬스·소재부품장비 등 신산업 발전전략을 차례로 발표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우리 기업이 어려운 통상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며 2개월 연속으로 수출액 감소폭을 줄였다”며 “추경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수출 지원 함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 수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월별 수출 물량 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