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자치정부’ 만든다…정책부터 예산집행까지 청년 역할 확대
by김보경 기자
2018.09.11 09:30:00
청년청+ 서울청년의회, 내년 3월 출범
연 500억 규모 청년자율예산 신설
서울시 위원회 청년비율 15%까지 확대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시가 청년에 의한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청년자치정부’를 내년 3월 출범한다. 청년이 직접 기획부터 집행까지 하는 500억원 규모의 청년자율예산도 새롭게 편성한다.
서울시는 청년청과 서울청년의회로 구성된 청년자치정부를 내년 3월 출범한다고 11일 밝혔다. 청년청은 청년정책 기획부터 예산편성, 집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행정집행조직이다. 시장 직속으로 신설해 권한을 전폭 싣는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청년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
청년청은 현재 서울혁신기획관 소속 청년정책담당관(4급)을 재편해 신설된다. 현재 4개 팀에서 7개 팀으로 규모를 2배 가량 확대한다. 청년청을 책임지는 청년청장(4급)은 개방형 직위로 열어 청년자치를 잘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로 임명할 계획이다.
서울청년의회는 청년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민간거버넌스다. 기존에 연1회 개최해 청년수당, 희망두배 청년통장 같은 정책을 제안했으며, 앞으로는 상설 운영하고 그 역할도 확대한다. 정책 발굴부터 설계, 숙의, 결정 등 일련의 전 과정에 참여하며 청년들의 민의와 아이디어를 수렴한다.
기존 서울청년의회는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자발적 청년모임인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가 주최하는 연간행사로, 청년들이 참여해 정책을 제안하고, 시가 이를 수용해 정책에 반영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서울의 만 20세~40세 청년인구는 전체 서울인구의 31%지만 올해 6월 열린 제7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만 40세 미만 서울시의원은 약 6%로 아직 청년의 대표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해외 여러 사례를 보면 38살의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 35살의 구스타프 프리돌린 스웨덴 교육부 장관처럼 청년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청년자치정부를 통해 청년들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청년자율예산제를 도입한다. 청년정책 예산 중 일부를 청년들이 직접 편성하는 사업으로 시는 2022년까지 매년 500억 원을 추가로 청년자율예산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5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은 서울청년의회에서 숙의, 토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직접 마련하게 된다.
또한 서울시 조례에서 규정한 모든 위원회의 청년(만 19세~만 34세) 비율 평균 15% 목표를 조기달성해 청년들의 실질적인 시정참여를 보장한다.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넘어 서울시정 전 영역에 세대균형적 시각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1000명 규모의 ‘서울미래인재DB’도 구축한다.
청년인지예산제도 새롭게 도입한다. 서울시 각 실?국?본부에서 모든 예산 편성시 청년의 입장에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 청년청과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서울시 발주 사업에 청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청년단체 및 기업, 마을기업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청년인센티브제도 새롭게 도입한다. 재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시 사업의 참여기회를 얻지 못했던 청년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 주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혁신프로젝트도 가동한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미래 어젠다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전에 없던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미투운동, 불법촬영 등 디지털성범죄, 직장 내 위계적인 문화에서 비롯되는 권익침해와 성범죄 같이 최근 청년세대들의 관심도가 높은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4년간 서울청년의회와 함께 청년정책을 만들어 오면서 우리 청년들이 기회만 주어지면 어느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청년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저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결정하고 서울시장이 함께 책임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