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14.11.10 10:40:00
차입금 부담 과중..그룹 총차입금 13.7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력 계열사 업황 '불투명'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두산(000150)과 두산중공업(034020),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두산건설을 제외한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20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섰음에도 시장의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는 20회 SRE에서 총 139표 중 31표(22.3%)를 받았다. 두산그룹에서 재무 위험이 가장 큰 계열사로 손꼽혔던 두산건설의 표가 6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재무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SRE 자문단은 두산그룹의 재무 부담이 갑자기 확대된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대신 그동안 워스트레이팅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현대그룹과 한진해운 등이 대규모 자구계획에 돌입하고 건설사들의 경기 회복이 기대되며 두산그룹에 우려가 쏠린 것으로 봤다. 계열사 업황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 영향마저 희석된 두산그룹의 ‘A’급 신용등급에 물음표를 던질 만하다는 것이다.
SRE 한 자문위원은 “A급 기업 중 재무부담이 큰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두산그룹을 선택하는 시장 참여자가 많을 것”이라며 “등급에 대한 적정성 의문뿐만 아니라 두산그룹의 절대적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실적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두 주요 계열사가 처한 업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두산그룹은 2000년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는데, 업황이 둔화하며 M&A에 소요된 차입금이 부담이 되고 있다. 그룹의 최대 M&A인 밥캣의 인수와 관련된 재무부담은 아직도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의 전체 총 차입금은 6월 말 기준 13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두산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재무 위험이 타 계열사로 전이되는 과정까지 보이며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수차례 두산건설을 지원하며 부담을 늘려왔다. 그럼에도 올 초까지만 해도 시장 참여자들의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두산그룹이 시장이 ‘기발하다’라고까지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재무구조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4000억원 규모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했다. 또한 두산건설도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두산그룹의 노력이 재무부담을 일부 줄이는 것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그룹 전반의 차입금 부담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딘 것도 두산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