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삼성· LG 태양전지 협력..왜?

by류의성 기자
2011.05.31 12:44:37

삼성은 CIGS, LG는 실리콘 기반..기술기반 서로 달라
양사 협력 유도..광전변환 고효율 등 차세대 기술 시급

[이데일리 안승찬 류의성 기자] 전자업계 라이벌 삼성과 LG가 태양전지사업에서 손을 잡는다. 그것도 양사의 기술이 전혀 다른 박막 태양전자사업 분야다.

과거 삼성과 LG는 LCD(액정표시장치)패널과 장비를 교차구매하기로 하는 등 극히 일부 사업에선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태양전지사업에서 협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양사는 3D TV시장 등에서 날을 세우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은 31일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개발 사업자로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동진쎄미켐(005290) 컨소시엄을 잠정 선정했다. 총괄주관은 삼성전자가 맡는다.

▲ LG전자 태양전지 생산라인
기존의 결정형 태양전지가 아니라 유리나 금속, 폴리머기판 위에 얇은(미크론 두께의) 광흡수층 박막을 입히는 고효율의 박막형 태양전지를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컨소시엄은 향후 3년간 정부로부터 700억원 가량의 R&D 자금을 지원받는다. 삼성과 LG, 동진쎄미켐도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

특이한 것은 삼성과 LG의 박막 태양전지 기술이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은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기반으로, LG전자는 실리콘 기반의 기술을 각각 연구개발해왔다.

CIGS는 갈륨이나 인듐 등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있지만 효율이 좋다. 다만 아직 기술이 성숙되지 않아 양산 단계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실리콘 기술은 반도체 소재가 되는 규소에서 추출하는 기술로 CIGS처럼 가격 부담이 없다. 성숙 단계에 와 있는 LCD와 거의 같은 기술이다. 양산 측면에선 CIGS를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고효율 박막태양전지 수준이 사업화 단계로 가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박막 태양전지기술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쳐, 광전변환 효율 향상과 대면적화가 가능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태양광은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 잠재력이 가장 큰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적용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GIGS는 휴대폰처럼 소형 모바일 기기에, 실리콘 기술은 발전이나 건물일체형, 주거시설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015년까지 연평균 31%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박막태양전지 시장규모는 2015년 12조원, 2020년에는 27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창규 전략기획단 단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분에 강점이 있다"며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분야에서 앞으로 11조원의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막형 태양전지는 LCD에 기반을 둔 기술이다. 글로벌 LCD산업에서 세계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양 사가 가진 기술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고, 신뢰성 테스트나 기술을 공유하면 한국 태양전지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업 재정비를 위해 지난 27일 태양전지 사업 일체를 삼성SDI(006400)에 이관하기로 한 상태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진행해오던 박막형 태양전지 R&D와 양산을 LG전자로 넘기기로 했다. 전략기획단은 태양전지의 사업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로 넘어가더라도 컨소시엄 선정과 정부의 자금 지원을 삼성SDI로 승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모두 태양전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성과가 부진한 상황이라 경쟁회사라도 서로 협력할 부분을 찾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양 사가 자존심을 걸고 다른 방식의 박막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지경부와 컨소시엄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진행할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