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도진 기자
2007.01.17 14:16:58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파시겠다면… 얼마를 생각하시는데요?"
"사신다고요? 일단 들어오시죠!"
1.11대책 이후 부동산 중개업소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집을 팔 집주인들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던 분위기가 잇딴 대책 발표 이후 점차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들에게 힘이 실리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세금과 대출금 부담, 시세차익 실현 등을 이유로 팔겠다는 사람은 점차 늘어 매물이 흔해지고 있는데 반해 자금마련 곤란과 싼 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집을 살 사람은 귀해졌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팔겠다는 매물은 쌓이고 있는 반면 매수세는 뚝 끊겨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수자가 하나라도 나타나면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흥정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는 이같은 분위기 속에 한달새 1억원가량 떨어졌다. 단지 인근 C공인 관계자는 "현재 34평형이 12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지만 조만간 12억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상당수는 자금여력에 지장이 없는 집주인들이 많지만 아파트 구입시 이용한 대출에 부담을 느껴 급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어, 점차 매수자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50%이상 집값이 급등한 경기도 과천도 매물이 소화되지 않자 점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사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6, 7단지의 경우 지난 연말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값이 떨어졌다.
별양동 D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지자 팔기를 포기하고 매물을 회수하는 매도자들도 있다"며 "배짱을 부리며 높은 호가를 불렀던 집주인들이 움츠러든 모습"이라고 전했다.
지난 11·15대책 발표에도 집을 사겠다는 발길이 이어지며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던 서울 강북권에서도 분위기 반전이 감지되고 있다.
중계동 D부동산 관계자는 "한창 때는 (집주인이)부르는 게 값이랄 정도로 물건이 적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물건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매도자들과 매수자간의 호가 차이가 커서 거래는 무척 드문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일주일마다 500만원씩 오르던 집값이 수요자들의 관심이 매매시장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가을 신도시 발표로 집값이 크게 오른 검단신도시 일대도 거래가 끊기자 값을 낮춘 급매물들이 늘어 분위기가 반전된지 오래다. 신도시 발표 직전부터 호가 상승을 거듭하며 지난해 2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마전동 풍림아이원 33평형은 최근 2억4000만원대 매물이 나오며 2000만-3000만원 가량 시세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