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록 기자
2005.01.18 13:49:29
[edaily] 최근의 소비 부진현상은 추세적 요인과 일시적 요인이 겹쳐 있다고 본다. 외환위기 이후에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소비 버블의 해소와 2004년에 실시된 소비를 둔화 시키게 하는 각종 정책들이 일시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저성장 초기에서 나타나는 저축 증가 현상, 그리고 외환위기 때 재정을 지출하고 해외 자본을 끌어들인 것에 대한 지출이 계속 되는 것(flow) 등은 추세적인 요인이다.
일시적 요인에 의한 소비 감소는 올해가 저점이 될 것이지만, 추세적 요인은 지금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되고 또 이 국면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적 현상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낳게 된다. 지금은 카드 버블이 해소되고 난후의 소비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소비는 더 큰 추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노령화 초기의 독특한 구조와 저축하는 사회
노령화일지라도 노령화의 진행속도와 노령화의 현 위치에 따라 소비행태는 달라진다.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될수록 그리고 노령화 초기일수록 저축이 증가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재 위치이다.
일반적으로 생애 소득가설에 따르면 초년기는 소득보다 소비가 많고 40~50대는 저축을 많이 하고, 노인이 되면 저축한 것을 소비하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보다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40~50대의 인구비중이 향후 10년 동안 가장 두텁게 많아지게 된다. 즉 저축 성향이 높아지게 되는데, 문제는 이들 세대의 저축성향이 과거에 비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령화에 대해 경고를 많이 하여 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들의 기대 수명이 10년 전에 비해 10년 정도 늘어났으며 바이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길어질 지도 불확실하게 된 것이다. 그에 반해 국가의 기초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믿음은 매우 약하다.
우리나라의 소비가 추세적으로 저조한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사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자산운용, 투자 자산 비중 증가, 보험 비중 증가가 일반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미 적립식 주식 상품이 70만 계좌를 넘어서고 보험 가입비율이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 것이 그 증거이다.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대가의 자금 흐름(flow) 지급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공적자금과 재정적자를 감수했으며, 한편으로는 해외자본을 유입했다. 즉 자본이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우리나라는 매우 잘 사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희생하고 받은 것이다.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배당금을 지급해주어야 하고 재정적자는 미래 세대들의 조세를 증가시켜야 한다. 98년부터 2004년 10월까지 지급된 배당금이 17조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이들 배당금 지급액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도대체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기나 했던가 할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마치 땅부자가 유동성이 모자라서 땅을 싼값에 팔고 난 뒤 현금이 들어오게 되면 단기적으로 잘 살게 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유동성 확장 때문에 일어난 자산 버블이 꺼지는 일시적인 현상을 겪고 있으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자금흐름(flow)을 계속 희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투입한 자금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이끌어낸다면 현금 흐름이 더 많아 질 수도 있지만 부가가치를 더 많이 낼 것인가도 아직 의문이고 게다가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저성장과 세계화로 인한 낮은 임금 상승률
지난 5년 동안 10%이상에 육박하던 금리가 3%대로 떨어졌다. 이것은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산을 가진 사람들의 현금흐름(flow)은 감소하고, 고정적인 소득자들의 가치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고정적으로 긴 소득 흐름을 가진 사람은 금리가 하락하면 자신의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예를 들어 20년간 연 100원의 고정소득을 예상하는 사람의 금리가 10%일 때의 자산가치를 100이라고 한다면, 금리가 3%로 하락했을 경우 이 사람의 자산가치는 200으로 두배로 증가한다. 고정 소득자들은 불과 5년 만에 자신의 자산가치가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즉 고정 소득을 받을 수만 있다면 소득이 낮더라도 노동공급이 증가하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교사 등 확정적인 장기 고정소득자가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의 세계시장 진입과 노동시장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값싼 노동력이 계속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때문에 소득이 많이 증가하기는 어렵다. 노동시장은 항상 공급이 대기하고 있다.
◇소비 소폭 반등(?), 그 이후는
올해는 일시적인 소비 버블에 따른 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소비가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중기적인 추세는 여전히 소비를 낮게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보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선순환 과정에 접어들면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 이는 일정 기간 경과 후 추세 요인이 사라지면 소비의 비중은 낮지만 일정한 소비 증가율은 순환적 요인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이후 노령화가 많이 진행되면 점차 노년층의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기적인 소비 반등 이후 경기 회복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기적인 추세가 여전히 소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지금 쌓여있는 자본을 투자할 것인가 하는 것과 경기부양책의 단기적, 중기적 영향력이 어떠할 지 하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다음에는 이에 대해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