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대통령들이 심은 나무들...퇴출해야 할까?

by홍수현 기자
2025.04.07 10:09:22

경북도청, 탄핵 대통령들 심은 식수 두고 갈등
“도민 명예·자존심 훼손 안 되도록”
“환영하지 않지만 ‘역사’ 보존 희망”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탄핵된 두 전직 대통령이 경북도청 정원에 심은 나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북 안동 경상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에 앞서 청사 앞 뜰에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2023.10.27 (사진=대통령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청사 정원에는 박근혜·이명박·윤석열 전 대통령이 심은 기념 나무가 있다. 수종은 모두 소나무류로, 수령은 20~30년 정도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3월 10일 열린 경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한 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월 27일 경북도청에서 개최된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한 뒤 방문 기념으로 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서 이들 나무를 도청 밖으로 한꺼번에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측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도청 본관 건물 앞에 탄핵 대통령들이 기념식수를 한 나무가 버젓이 있다”며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경북도민들은 “두 대통령은 이미 사면 복권됐다. 기념식수를 제거하면 오히려 과거를 지우려는 행위로 보일 수 있고, 이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감추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안동지역 유림 관계자는 “모든 대통령의 행적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기 마련”이라며 “기념식수는 그 자체로 ‘역사의 일부’로 간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지석 정도는 치우면 어떨까”라고 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4일 경북도가 마련한 ‘화공(화요일에는 공부하자는 공부 모임의 약자) 굿모닝 특강’ 300회 기념행사에서 축사 후 도청에 기념식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