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th SRE][워스트]대성산업 '불명예 단골'조짐

by유재희 기자
2012.11.13 13:09:00

도약대 삼으려던 디큐브가 발목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국내 신용평가들이 뒤늦게 신용등급을 하향, 뒷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한 신평사는 웅진홀딩스의 등급을 종전 ‘A-’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를 의미하는 ‘D’로 강등시켰다. 신용등급 상 우량 회사에서 한순간에 디폴트 기업으로 추락한 것이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제 2의 웅진홀딩스가 될 수 있는 기업으로 대성산업을 지목했다.

SRE 워스트레이팅에 지난 15회 첫 등장했던 대성산업(128820)이 두 번째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16회 SRE에서 111명의 설문 응답자 중 38명(34%)이 대성산업의 등급(A-, 안정적)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40개 워스트레이팅 대상 기업 중 대성산업의 득표율은 2번째로 높았다. 단기간내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단골손님으로 등록될 조짐이 보인다.

6개월 전 15회 SRE이후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대성산업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지만, 크레딧 업계의 평가는 여전히 냉담했다. 현재 대성산업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 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받고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 “재무상태를 볼 때 대성산업은 언제든지 법정관리를 선언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재무구조 악화에도 A단계의 등급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고, 건설 부문에 물려 있다는 점에서 웅진홀딩스와 공통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고(故) 김수근 회장이 1947년 대구 연탄공장으로 출발시킨 대성산업은 국내 3대 연탄 제조 유통사로 성장했다. 그 이후 1968년에 GS칼텍스(당시 호남정유) 석유가스 유통 대리점 영업을 시작으로 석유가스 사업과 해외 유전 및 가스 개발, 열병합발전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이어 1979년 산업가스 사업과 1995년 건설업을 추가했고, 2008년 이후 유통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대성산업은 창립 이후 64년 동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적자 한 번 낸 적 없었다. 이 기간 대성산업은 금융권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금융사들이 서로 대출해주겠다며 경쟁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보수적 경영 기조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신도림 석탄공장의 부지 개발(디큐브시티)을 시작으로 민간건축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건설업 리스크가 크게 증가했다. 공사비용 조달을 위한 과도한 차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에 따른 우발채무 급증, 현금흐름 저하 등의 삼중고를 겪게됐다.

지난 3월 말 현재 대성산업의 총차입금 규모는 1조3260억원으로 2008년 말 5700억원에 비해 133%나 급증했다. 2011년 말 1조2930억원 보다도 330억원 늘었다. 부채비율 230.9%, 차입금의존도 58.8% 등으로 재무안정성 지표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디큐브시티 건설투자규모(8500억원)가 주거부문의 분양수익규모(4700억원) 를 크게 웃돌면서 2008년 이후 차입금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예정사업장에 대한 PF부담도 과중해 실질적인 차입부담은 더 심각한 상태다. 5월 말 기준 진행 또는 예정사업장에 대한 PF 채무인수 보증규모는 6845억원으로, 총차입금에 잠재채무를 더한 조정총차입금 규모는 2조원을 웃돌고 있다. PF우발채무 잔액의 100%가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차환리스크도 상존한다.

건설부문에 기인한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자 대성산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대성산업은 우선 디큐브시티 상업시설(백화점·호텔·오피스)을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 리츠)에 매각한 후 재임대(Sale and Leaseback)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해당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그 대신 디큐브상업시설 중 오피스를 관계회사인 대성산업가스에 144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5월 디큐브백화점을 담보로 은행 장기대출금(총 한도 2100억원)을 실행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개선했다. 아울러 디큐브시티 호텔 및 백화점은 구조화 금융을 통한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재무구조 개선 진행 과정이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대성산업이 적극적인 외부 자금유치와 재무부담 축소 노력을 진행함에 따라 상반기 중 차입금 규모 축소 등 가시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해왔다”며 “그러나 상반기까지 나타난 성과는 오피스 부문을 계열사에 매각한 것에 불과해 향후 재무구조 개선 실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크레딧 업계에서 대성산업에 대한 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갖는 것 중 하나는 그동안 안정적 석유가스 공급업체에서 건설유통업체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영업수익성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성산업은 석유가스판매업 및 에너지 부문의 영업흑자에도 불구하고 건설·유통부문의 실적 저조로 2011년 하반기 이후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디큐브 상업시설(백화점·호텔) 오픈에 따른 초기 비용과 디큐브 주거부문 입주율 제고를 위한 지원비용, CR 리츠 손상차손 등으로 조정영업이익(EBIT, 이자·세금 상각전 이익)은 2010년 357억원 흑자에서 2011년 27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건설부문 및 유통부문의 영업적자로 인해 85억원의 적자가 지속됐다. 당기순손익은 금융손실 등의 증가로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2010년 102억원 흑자에서 2011년 582억원 적자로 전환했고, 1분기에만 18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성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창출능력(EBITDA)은 2010년 473억원에서 2011년 6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 1분기에도 22억원 수준에 그쳤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오너의 유통업 확장 전략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소매유통업계 빅3의 과점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대성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개장한 디큐브시티 유통사업부문의 3개월간 매출액은 200억원 수준이었다. 백화점·호텔 등의 월 평균 매출액이 70억원도 채 안 된 것이다. 국내 경기불황과 인접 상권과의 경쟁 등으로 올해 1분기 매출 실적은 더 부진했다. 분기 매출액 규모는 136억원으로 월 평균 매출액은 45억원 수준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44.2%를 기록했다. 전체 사업에서 유통부문의 매출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영업적자로 인해 회사 실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디큐브시티의 우수한 입지로 인한 집객 효과는 있지만 유통사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과 입점업체와의 열위한 협상력 등으로 개장 이후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사업안정화까지 요구되는 기간 소요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저조한 수익기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