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00여곳, 출총제 족쇄 풀린다

by하수정 기자
2007.04.12 12:27:45

수익성, 10대그룹 `개선`..중견그룹 `감소`
5대 재계 서열 `그대로`..금호아시아나 5단계 상승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지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국내 10대 그룹의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중견그룹들의 재무구조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 이로 인해 덩치가 커진 기업들이 속속 드러난 것도 특징이다.

출총제 적용 대상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출총제 대상 기업은 지난해보다 79개나 줄고, 오는 7월에는 237개가 추가로 빠진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7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및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에 따르면 올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회사는 11개 그룹 소속 264개 계열사로 지난해 지난해 14개 그룹의 계열사 343개보다 감소했다.

출총제 적용 대상을 자산총액 6조원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완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덕을 본 그룹은 동부와 현대 CJ(001040) 대림 하이트맥주(000140) 등 5곳이다. 이들 그룹은 순자산의 40%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게 한 출총제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반면 한진(002320)과 현대중공업(009540)은 출총제 졸업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3년만에 다시 출총제 안에 묶이게 됐다.

이달부터 출총제 적용 대상은 11개 그룹 소속 264개 계열사로 지난해보다 3개 그룹 소속 79개 계열사가 줄었지만, 오는 7월에는 여기서 4개 그룹 237개 계열사가 추가로 감소하게 된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그룹 중 자산 2조원 이상 `중핵기업`에만 출총제를 적용토록 하는 시행령이 개정되기 때문.

그렇게 되면 삼성과 현대자동차(005380) SK(003600) 롯데 GS(078930) 한진 현대중공업의 핵심 계열사만이 출총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출총제 적용 그룹 11개의 그룹별 평균 매출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30조원에서 올해 41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조5000억원 증가했다. 당기 순익의 경우 2조5600억원으로 전년비 4000억원 늘었다.

이들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89.6%로 전년 91.0%에 비해 1.4%포인트 감소하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62개 그룹의 그룹별 평균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11조8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5000억원 증가했지만, 순익은 8600억원에서 7600억원으로 1000억원 감소했다.

상호출자제한 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5.4%에서 올해 95.9%로 0.5%포인트 확대됐다.

즉,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10대 그룹이 몰려있는 출총제 적용 그룹의 경우 매출과 순익, 부채비율이 모두 개선됐지만 중견그룹들이 포함된 상호출자제한 적용 그룹은 순익이 줄고 부채비율은 늘어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

공정위는 "6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총 당기순익 47조2000억원 중 11개 출총제 그룹의 당기순익이 28조2000억원으로 약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상하위 그룹간 경영성과의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자산규모 기준으로 5대 재계 서열은 바뀌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1위 자리를 고수했고 2위가 한국전력(015760)공사, 3위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지난해 인천정유를 인수하면서 LG그룹을 치고 올라온 SK그룹이 4위 자리를 지켰고 LG가 5위다.

재계 서열 10위권 밑에서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말 대우건설(047040) 인수로 18위에서 1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신세계(004170)는 월마트 인수로 23위에서 21위로 두 단계 상승했고, LS그룹도 국제상사(000680) M&A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가치 상승으로 25위에서 22위로 올랐다. 이랜드는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53위에서 32위로 무려 21단계나 상승했다.

전충수 공정위 기업집단팀장은 "지난해에는 계열사의 신규 설립보다 M&A로 인한 자산 증가가 두드러졌다"며 "대한통운이나 현대건설 등 대형 매물들이 나와있는 만큼 올해 이후에도 M&A가 활발하고 재계 변화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출총제 그룹 11곳은 모두 총수가 있는 민간 그룹이다.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 중 9개 그룹은 지배구조나 출자구조가 모두 출총제 졸업기준을 만족했고 총수가 없었다.
 
상호출자제한 그룹 62곳의 경우 공기업을 제외하고 55개 민간 그룹 중 총수가 있는 곳은 총 43개다.
 
이중 현대백화점그룹과 코오롱그룹의 경우 총수를 후계자로 공식 변경했다.
 
현대백화점(069960)의 총수는 정몽근 명예회장에서 정지선 부회장으로, 코오롱(002020)은 이동찬 명예회장에서 이웅열 회장으로 각각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