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전쟁과 환율

by경제부 기자
2003.01.27 14:15:43

[edaily 경제부] 끊임없이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설이 악몽처럼 시장을 짓누릅니다. 다가오는 2차 대전의 공포 속에서 신분증없이 파리의 뒷골목에서 얼굴없는 의사노릇을 하며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잃어버린 사랑과 원수에 대한 증오와 좌절을 섞어가며 희뿌연 안개에 싸인 개선문을 바라보며 마시던 싸구려 술 칼바도스의 씁쓸한 맛처럼 영 개운치 않은 날씨에 시장의 분위기도 무겁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파업을 명분으로 건 국제 석유가격도 유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이제 33달러선을 넘어선 WTI(텍사스중질유)나 31.50대의 브렌트유 가격이 언제 35달러를 넘어 40달러로 갈지 몰라 경기후퇴에 불황이란 말까지 나오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연말쯤이면 30불 이하로 내려갈 거란 치기어린 예상도 돌아다니지만 당장 오르기만 하는 기름값은 어떻게 해야할 지 답답합니다. OPEC의 증산설도 모락모락 연기는 오르지만 불길이 붙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미국 자동차협회가 미일간 환율전투의 기선을 잡았습니다. 엔화의 약세로 말마암아 미국 자동차업계가 죽을 맛이란 것이지요. 수출이 안되고 수입차가 온 바닥에 굴러다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 엔약세란 주장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설을 최대한 끌고 다니며 달러가치를 하락시키는 것과 뭔가 통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찝찝합니다. 전쟁이 빨리 끝나면 달러의 강세가 올지 모르니 최대한 질질 끌고 가자는 것이지요. 와중에 일본으로서는 조바심 나다못해 몸이 벌겋게 달 지경입니다. 미조구치 재무관의 엔강세 불허발언이 반복되어도 시장은 메아리조차 없습니다. 글쎄요 117엔을 밑으로 돌면 현금을 박을까요? 묘하게도 오늘은 쿠웨이트 침공에 의한 미-이라크의 걸프전 발발 12주년일입니다. 그때도 전쟁이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히며 달러는 오히려 강세로 움직였었지요. 어쩌면 이라크전쟁이 목적이 아니라 달러 약세가 목적인 결국은 환율전쟁이 아닐까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싼 환율로) 자국 상품을 보다 많이 팔아먹기 위한 시장쟁탈전인 셈입니다. 중간에 끼인 유로화가 엄청 올라갑니다. 최근 3년래 최고 수준(1.064)입니다. 아무래도 달러보다 금리도 높고 이래저래 도망갈 구석이 없는 통화인 셈입니다. 파운드화 금리(4%)가 그중 높고 경기가 나아보이는 통에 유로화가 함께 묻어가는 형국입니다. 안전통화의 역할도 끼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 최고는 당연히 금값이지요. 온스당 357달러에서 조만간 370달러까지 바라본다고 합니다. 역시 금입니다. 노다지(No Touch)!!! 원화나 싱가폴달러나 태국바트 등도 어쩔 수 없이 미국에 등떠밀려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눈치보아 엔화와 달러화의 중간쯤만 가면 좋으련만 요즘의 시장움직임은 너무 고지식하기만 합니다. 눈치빠른 시장에서는 이런 중간치기 전략이 그나마 먹힐 경우 엔원환율이 100엔당 950원 정도까지 가지 않겠나하기도 하는군요. 망명이나 가야할 후세인은 오늘도 난리입니다. TV에 나와 미국과 전쟁을 치르겠다고. 아줌마들까지 소총쥐여주면 싸울만 할지 모르겠지만 최후의 발악이나 아닌지... 그러나 미국의 태도야 최대한 우려먹겠단 것 같기도 하고...어제 화화무기 탄두를 발견하였다는 기사로 한때 시장은 오락가락했었지요. 북한 핵문제까지 붙잡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국제금융시장에서 꽃놀이 패를 즐기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이 어찌보면 미국의 전략에 말린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려나 쥐가 고양이를 물려고 대드는 격인데 나타난 현상이야 그렇다해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생각해보면 참 암담해집니다. 마지막이란 극한처방 뒤에 있는 처절함과 좌절과 배고픔과 끓어오르는 분노라고 할까요? 배고파 울고 있는 어린 자식들의 야윈 손을 붙잡고 있으면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를 노려보지 않을까요? 조물주와 사회와 국가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고 살짝 돌아버리면 그게 공연히 잘사는 이웃나라로 화살이 쏘아지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잘사는 사람들은 평소에 적선하라는 것 아닌가요? 선을 쌓으세요 제발... (산업은행 금융공학실 정해근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