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브로드컴vs 조정돌입 엔비디아…엇갈린 주가 왜?
by김윤지 기자
2024.12.17 09:29:32
브로드컴 AI 호실적에 이틀 연속 급등
월가 목표가 줄상향…"성장에 강한 확신"
엔비디아엔 위협으로, 최고치 대비 1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주가가 16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영향으로,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엔 위협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1.21%(25.20달러) 올라 250달러에 마무리됐다. 지난 13일에도 브로드컴은 전거래일 대비 24% 넘게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기준 브로드컴 주가는 130% 넘게 올랐다.
브로드컴의 고공행진은 지난 12일 장마감 후 발표된 양호한 실적과 전망에서 시작됐다. 브로드컴은 AI 열풍으로 수요가 증가해 AI 관련 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0% 증가한 12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다른 ‘XPU’라는 맞춤형 AI 가속기를 판매한다.
특히 브로드컴은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과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브로트컴은 구체적인 사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브로드컴이 언급한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은 페이스북 등의 모기업인 메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로 알려졌다.
이후 월가에선 브로드컴 목표가 상향 조정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 브로드컴의 목표가를 종전 190달러에서 240달러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브로드컴의 향후 매출과 이익 성장 전망에 대해 훨씬 더 강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또한 브로드컴 목표가를 200달러에서 205달러로 올려 잡았으며, 트루이스트도 245달러에서 260달러로 목표가를 높였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멘텀이 브로드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아직 모멘텀이 꺾일 것 같진 않지만 모멘텀은 언제나 더 큰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을 찾아 움직이는 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2거래일 사이 엔비디아 주가는 연일 하락 마감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 엔비디아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상승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 174% 넘게 올랐지만 최근 한달새 5% 넘게 밀렸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달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인 148.88달러에서 약 11% 하락하면서 엔비디아는 기술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통상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으로 본다.
트루이스트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키스 러너는 ”AI 인프라를 위해 엔비디아의 칩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시장은 새로운 AI 수혜자를 보고 있다“고 짚었다.
CNBC는 최근 엔비디아의 부진을 차익실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엔디비아가 주요 종목 중 하나인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처럼 시장과 반대되는 흐름이 반복되면 이것이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투자은행 로스 MKM은 ”125∼130달러 사이에서 엔비디아의 주가 수준이 주가와 시장 전반의 주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