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도 떠나고...시멘트 판 뒤집힐까
by김세형 기자
2012.12.12 13:37:32
공격적 가격인하 통한 업계 장악 전략 실패탓
유진기업도 최근 시멘트 매각...업계 설비과잉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프랑스 라파즈그룹이 업계 4위 규모 라파즈한라시멘트를 매각하고 한국 시장에서 손을 뗄 조짐이다. 유진기업이 시멘트 부문을 매각한데 이어 공격적 저가 정책을 펴온 라파크한라시멘트까지 매물로 나온 상황이어서 시멘트 업계의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지난 2000년 라파즈측에 넘어간 뒤 2003년까지 경기 회복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2004년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출하량이 줄자 가격 인하를 통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판매량을 늘려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라파즈한라는 당시 톤당 6만4000원대이던 시멘트 가격을 최저 4만5000원대까지 30% 가까이 낮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덕분에 6위권이던 업계 판매 순위도 한 때 2위권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2005년 54억원 적자전환을 필두로 지난해까지 내리 7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288억원으로 가장 크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파즈한라를 시작으로 유연탄 가격 상승 등으로 업계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너나없이 주기적으로 가격을 덤핑하는 악순환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 상위 7개사가 대부분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었거나 속해 있는 탓에 퇴출되는 곳은 없었고 업계 전반적으로 재무상황만 악화되는 결과도 낳았다. 상위 7개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6년 87.8%에서 지난 6월말 현재 121.4%로 상승 추세에 있다. 그나마 올해초 단행된 가격인상 덕분에 부채비율의 상승 추세는 다소 꺾일 전망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설사 매각된다 해도 설비의 축소 없이 단순히 주인이 바뀌는 것만으로는 업계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국내 시멘트업계가 구조적으로 과잉설비 상태인 데다 수요가 늘 것으로 보기에는 현재 경기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경제 성장과 함께 꾸준히 성장, IMF 직전 연 6200만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이후 수요량이 전체 생산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수요량 감소도 뚜렷하다. 지난해의 경우 가동률은 6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올 상반기 정부의 적극적 재정집행 덕분에 출하량이 늘기는 했지만 하반기 들어 재정 효과가 감소하면서 올해 전체 출하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고, 내년에도 해외발 대규모 수요처 발굴이 없는 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상훈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기존 시멘트업계는 유휴설비도 있는데다 재무상황이 악화돼 타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며 “결국 제3자에 넘어가더라도 업계 전반의 생산능력에 변화가 없어 업계 재편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올들어 사모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대한시멘트와 유진기업의 시멘트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규모가 작기도 하고 기존 생산능력을 그대로 가져 가고 있어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