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민병덕 카드 집어든 어윤대..뭘 노렸나

by이진우 기자
2010.07.26 13:04:44

`뒷말 없는 인사`로 리더십 회복
영업통 중용으로 `비만증`퇴치 의지 재확인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KB금융(105560)지주 사장과 국민은행장 자리에 각각 임영록 전 재정부 차관과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낙점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속내는 뭘까.

KB금융 사장과 국민은행장 인선이 마무리된 26일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어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최우선으로 역점을 둔 것은 본인의 리더십 회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취임과정에서 불거진 인사 관련 잡음들이 어 회장 본인의 리더십에 화살로 돌아왔다는 점을 알고 있어 `뒷말없는 인사`를 이번 인사의 첫 조건으로 꼽았다는 얘기다.

한 은행권 인사는 "고려대 출신을 선호한다거나 TK 출신을 행장으로 앉히기로 했다거나 하는 소문들이 먼저 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꼬리표를 단 인물을 선임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무난한 인물을 선택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런 면에서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의 인선은 어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영업력 강화와 조직 추스르기를 함께 겨냥한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KB금융을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만증 환자`라고 진단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면 직원수를 줄이거나 아니면 영업력 신장이 필수적인 상황. 이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특별한 외풍이 없다면 차기 행장은 최기의 전략그룹부행장과 민병덕 개인영업부행장 간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찍부터 나왔었다.

두 사람 모두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어 회장이 영업력 강화를 염두에 둔다면 선택지에서 제외하기 어려운 인물들이었다는 게 은행 내부의 평가다. 다만 영업 일선을 떠나 전략그룹을 담당하고 있는 최 부행장보다는 현재 영업조직을 이끌고 있는 민 부행장에 점수를 더 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여기에는 옛 국민은행 출신도 은행장을 한 번 해야하지 않느냐는 조직 내부의 분위기와 부산 출신인 최 부행장보다는 천안 출신으로 지역색이 옅은 민 부행장이 인사 잡음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 회장의 스타일은 뒷말이 좀 있더라도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쪽인 듯하지만 본인이 KB회장에 내정되면서 워낙 잡음이 많았던 터라 내부 인선 과정에서 또 잡음이 생기면 향후 리더십에 문제가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임영록 전 재정부 차관의 선택 역시 무난하고 합리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노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KB금융 사장 후보에는 TK 출신의 인사가 강력하게 거론돼 왔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대표적인 요직이 회장, 지주사 사장, 행장 이렇게 세 자리인데 민간출신의 회장과 행내에서 선발한 행장, 외부에서 들어온 지주사 사장으로 출신성분을 골고루 배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 회장도 취임 이후 여러차례 "지주사 사장은 전략적 요소가 강한 자리"라며 "능력이 있는 분을 모셔야 하기에 내부인사로 한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임 전 차관은 참여정부에서 발탁됐던 인사라는 핸디캡이 있긴 했지만 지난 3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2기 위원으로 영입되면서 주요 포스트에 대한 인사 수요가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재정부 경제협력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출신으로 모나지 않은 성품과 원만한 업무처리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도 출신에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고려대-TK 독식`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이 이번 인사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 회장과는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개인적인 연분이 특별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 회장이 관계(官界)와 가까운 교수였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 신임 사장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주사 사장직을 위한 개별 인터뷰는 없었다"며 "어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정책 업무를 하면서 여러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