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 꺼내든 이탈리아…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by박종화 기자
2023.10.17 09:50:11

내년 수조원 규모 감세·공공부문 임금 인상 추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7→4.3% 확대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탈리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 건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이탈리아 정부 말과 달리 외부에선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사진= AFP)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240억유로(약 34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을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예산안엔 43억유로(약 6조 1000억원) 규모 중·저소득층 소득세 감세와 70억유로(약 10조원)에 이르는 공공 부문 임금 인상 계획 등이 담겼다.

세입은 줄고 세출은 늘면서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3.7%에서 내년 4.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이 정한 재정적자 비율(GDP 대비 3% 미만)과는 더 멀어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매우 진지하고 현실적인 예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각 가구의 구매력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감세안이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탈리아 경제는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내년에도 이탈리아 경제 성장률이 0.7%,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 등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 같은 계획이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달 새 채권 시장에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스프레드(금리 차)는 170bp(1bp=0.01%p)에서 200bp까지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감세안으로 피치,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이탈리아의 신용 등급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번 예산안으로 재정적자를 강화하려는 이탈리아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주문하는 다른 EU 회원국들이 충돌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EU는 재정적자가 과다한 회원국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탈리아 야당인 행동의 카를로 칼렌다 대표는 “포퓰리즘적이며 위험하다”고 이번 예산안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