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1기신도시 재건축 '말바꾸기'…"뒤통수 맞았다 공약번복 안돼"
by정재훈 기자
2022.04.27 10:03:59
일산 신도시 재건축 주민들, 실망감에 사태파악 분주
"분당 대비 재건축 열기 낮아…당분간 상황 지켜보자"
부천시 "주민 가슴에 못받아…尹당선인 적극 나서야"
[고양·부천=이데일리 정재훈 이종일 문승관 기자] “재건축 활성화한다고 공약까지 내놓더니 인제 와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죠.” 재건축 기대감이 부풀었던 고양 일산신도시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인수위가 내놓은 ‘중장기 검토’ 방침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5일 새 정부의 1기 신도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27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사무실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과 관련해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분명하게 말하자면 인수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1기 신도시(정비사업 공약을)를 차질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당시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정비사업 촉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인수위에서 공약을 두고 말바꾸기가 이어진 것이다. 성남 분당과 군포 산본,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공약 번복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 1기신도시의 노후 아파트 뒷편으로 신규 아파트 건설이 진행중이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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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1기 일산신도시에서 유일하게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선마을7단지삼환유원아파트 주민들은 27일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곳을 지역구로 한 박현경 고양시의회 의원은 “강선마을7단지삼환유원아파트 외에 다른 노후 아파트 주민들도 윤 당선인의 공약에 잔뜩 기대를 걸고 속속 재건축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인수위에서 갑자기 오락가락 소식이 나오자 다들 ‘이게 무슨 일이냐’며 지역 당협위원회에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공약을 번복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동안 재건축을 위해 주민의견을 모으고 있던 강선마을7단지삼환유원아파트는 윤 당선인의 공약 탓인지 816가구의 매물이 단 한 채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 아파트와 준공일이 비슷한 일산강촌라이프아파트 47㎡는 지난해 8월 3억2000만 원이던 매매가가 올해 4월 기준 4억 원 초반대로 1억 원 가까이 거래가가 올랐다.
주민들의 기대감 속에 인수위의 입장이 알려지자 고양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준 예비후보는 “단지별로 재건축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데다 리모델링을 준비했던 곳까지도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도시 재건축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넘기려 한다면 일산을 비롯한 신도시 주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일산 신도시는 분당 신도시와 달리 전체적인 지역 분위기상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에 중점을 두고 있는 아파트가 많아 앞으로 인수위와 윤석열정부의 결정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산 지역 대표 커뮤니티인 일산아지매의 한 관계자는 “당선인의 공약에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이 지역 주민에게는 아직 피부로 크게 와 닿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산신도시 내 공동주택이 하나, 둘 재건축을 추진한다면 그때부터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 1기 신도시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1990년 전후 4만호를 건립했다. 중동 일부 아파트단지 주민은 준공 이후 30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하면 수직이나 수평 증축이 가능해 소유주의 경비를 줄여 노후주택을 정비할 수 있어서다.
부천시는 일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구성 등의 움직임을 반영해 올 상반기 관련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시는 리모델링 사업 기본용역을 올해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이후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면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이뤄져 재정비 사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인수위가 중장기 국제과제로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도 기준이 없는 인수의 발표와 태도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박병권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의원은 “중동신도시는 급조된 도시여서 지하도 파지 않고 아파트를 지었다”며 “국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인수위가 사업을 늦춘다는 것은 주민의 가슴에 못을받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재선에 출마한 장덕천 민주당 부천시장 예비후보는 “인수위가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윤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 기대감을 가졌는데 인수위 발표에 실망감이 클 것이다. 당선인이 재정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예비후보는 “1기 신도시 시장들과 협력하고 국회를 설득해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특별법이 제정되면 1기 신도시 사업 추진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