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육군, 新군가 '영어 남발' 논란에도 "수정계획 없다"
by김관용 기자
2021.05.13 11:00:05
일부 한글단체, 국어기본법 위반 혐의 고발 검토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가는 군대 내 훈육이나 동질감 형성, 사기 고양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 부르는 곡이다. 이 때문에 보통 박진감 넘치는 방식인 4박자 행진곡풍이다. 구보나 단결활동 시 주로 불린다.
육군이 지난 달 22일 신(新)군가를 발표했다.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군가 제목은 ‘육군, 위(We) 육군’이다. ‘하나된 공동체’로서 단결된 육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곡 구성은 8분의 12박자다. 총 26개 마디(후렴구 포함)로 돼 있다. 독립군 정신을 계승한 육군의 강인한 기백과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전통가락 느낌의 멜로디와 리듬에 담았다고 육군은 소개했다.
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육군 전 장병 대상 공모를 통해 우수작으로 입상한 작품들을 토대로 육군본부 공보정훈실에서 완성했다고 한다.
이같은 육군의 신군가가 뭇매를 맞고 있다. 쉼표와 셋잇단음표가 자주 등장해 따라 부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필요없이 영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군가는 ‘육군 아미타이거’라는 말로 시작된다. 아미 타이거(Army TIGER)는 육군을 의미하는 ‘Army’에 4차 산업혁명기술로 강화된 지상군의 혁신적 변화라는 뜻의 ‘Transformative Innovation of Ground forces Enhanced by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technology’를 결합한 용어다. 육군의 마스코트가 호랑이에서 따온 ‘호국이’이기 때문에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 다음 음절에도 ‘고 워리어(Go Warrior)’, ‘고 빅토리(Go Victory)’라는 외국어가 등장한다. 후렴구는 ‘워리어 플랫폼 최강의 전사’, ‘AI 드론봇 전우와 함께’라는 가사로 돼 있다.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은 개인 전투원의 전투력과 생존능력을 높이기 위한 육군 전력증강사업의 하나다. AI 드론봇(Artificial Intelligence Dronebot) 역시 드론과 로봇에 인공지능을 더한 무인전투 체계다.
| ‘육군, We 육군’ 공식 뮤직비디오 캡쳐 (사진=육군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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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미래비전을 담은 첨단 전력을 군가에 넣다 보니 군가 전체 중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부 한글단체로부터 국어 사용 촉진을 위한 국어기본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어기본법은 “국가는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육군 군가 역시 공공기관의 공문서이기 때문에 국어기본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단체는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을 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신군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사를 수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각급 부대에는 틈나는 대로 제창하고 응원가로도 활용하라는 지침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육군은 신군가와 함께 새 표어 ‘The(더) 강한·좋은 육군’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불필요하게 영어를 사용한다는 지적에 ‘더 강한·좋은 육군’으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