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채권단, 이달 22일 매각가 논의

by노희준 기자
2017.08.20 14:21: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이달 22일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를 80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 타이어 업체이자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형상자인 더블스타는 실적 악화에 따라 인수가 인하를 요구해왔다. 채권단이 만약 더블스타의 제안을 들어주면 매각가 변경에 따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다시금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8000억원을 마련하면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보다 먼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22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금호타이어 매각가를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더블스타는 최근 실적 악화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인수가를 종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16.2% 인하해달라 요구해왔다.



더블스타는 채권단과 맺은 계약서 상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 23일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감소하면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상반기 558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 507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판단 시점까지는 아직 한 달 가량의 기간이 남아있지만 상황이 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블스타는 애초 매매계약 체결 이후 주가 하락폭 등을 근거로 30% 넘는 할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업은행과의 몇 차례 협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16.2%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더블스타 매각 외에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채권단 기본 입장이다. 최종 매매대금이 16.2% 인하된 것으로 정해지면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8000억원(9550억원X0.84) 가량의 금액으로 금호타이어 인수의향을 물어야 한다. 매각가 변경에 따라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부활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이 가격을 받아들이면 금호타이어를 되찾게 된다. 우선매수권은 회사가 매각되기 전 우선협상대상자와 같은 조건으로 먼저 회사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불공정한 매각 시비 등을 없애기 위해 박 회장에게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컨소시엄을 올해 초와 달리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사실상 ‘새로운 계약’인 만큼 컨소시엄을 허락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채권단은 올해 초 박 회장에게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가져오면 허용 여부를 논의해보겠다”며 사실상 컨소시엄 구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 개인에게 부여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돌고 돌아 박 회장 앞에 놓이게 됐다. 관건은 박 회장이 8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 여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을 전달받으면 검토를 할 것”이라며 “원래 입장이 ‘재입찰 하자’는 쪽이어서 인수 의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